황우여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재창당 수준을 넘어선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혁신 방향과 관련해 그는 “소금이 맛을 잃으면 쓸데가 없어 땅에 버려진다”며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황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30여 년 오랜 시간을 당과 함께했다. 국민의힘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지금 ‘선당후사’를 되뇌면서 일할 때라고 다짐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15~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당 원로다. 황 위원장의 취임으로 4·10 총선 패배 직후 한동훈 전 위원장이 사퇴한 지 3주 만에 여당의 리더십 공백이 해소됐다.
황 위원장은 보수의 가치를 당 혁신의 중심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자유, 민주, 공화국인 대한민국을 이룩한 위대한 정당”이라며 “보수가치를 악화·훼손해 ‘사이비 보수’로 변질되게 해선 안 된다. 이런 유혹은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혼란하게 하고 분열시킬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만이 제가 이끄는 비대위의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의 임기는 6개월이지만 이르면 오는 6월 열릴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황 위원장 등은 자연스럽게 직을 내려놓게 된다. 전당대회 준비가 황 위원장의 가장 큰 임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전당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면서도 “(비대위 성격도) 관리, 혁신을 구분하지 않고 당헌·당규에 따라 주어지는 당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화급한 민생, 초미의 관심사인 당 혁신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쇄신하겠다”고 덧붙였다. 황 위원장은 조만간 7~9명의 비대위원을 선임하고 당 대표 선임 규칙(현행 당원 100%) 변경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잡기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보수 색채를 강화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일성으로 ‘통합’을 얘기한 것과 같다”며 “지금은 혁신과 변화의 시간이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5일까지 원내대표 후보 등록을 받고 9일 선거를 치른다. 이번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한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은 전날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에 이어 이날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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