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면적 207㎡가 지난달 93억69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78억5000만원)의 119.3%에 달하는 금액으로, 아파트 경매 시장 역대 최고가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60㎡도 13명이 경쟁을 벌여 감정가(16억원)의 114.7%인 18억35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등 경매지표가 반등하면서 경매시장에 오랜만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법원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90.6%를 기록했다. 지난 3월보다 4.7%포인트 상승했다.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90%대를 돌파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강남 3구 등 인기 지역 단지를 중심으로 낙찰가격이 감정가보다 높은 고가 낙찰이 속속 등장하고 비강남권 지역 낙찰가율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낙찰된 159건 중 낙찰가율이 100%를 웃돈 것은 전체의 17.6%인 28건이었다. 이 중 17건은 1회차 첫 경매에서 낙찰됐다.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 역시 3월(34.9%)보다 10.4%포인트 높은 45.3%를 기록했다. 2022년 6월(56.1%) 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낙찰률은 1월 37.7%, 2월 34.9% 등 줄곧 30%대를 유지해왔다.
낙찰가율은 주택시장의 선행지표 중 하나로 불린다. 낙찰가는 주택시장의 매도 호가나 실거래가의 최저가를 기준으로 써내기 때문이다. 낙찰가율이 높다는 것은 경매 응찰자가 많아 경쟁이 치열했다는 의미다. 이는 낙찰 아파트의 향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고 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03% 올랐다. 3월 넷째 주 이후 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반등세가 완연하다.
전문가들은 여러 경매 지표를 통해 주택시장에서 거래가 늘고 매수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084건이었다. 2021년 7월(4680건) 후 2년8개월 만의 최대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그동안 경매시장을 주도한 강남 지역 아파트에 이어 매수세가 높지 않았던 비강남권 아파트도 지난달부터 낙찰가율이 높아졌다”며 “전반적으로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시장 매수세가 살아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