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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도 尹 연설문 찢을까…'한국판 낸시 펠로시' 예고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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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첫 의장으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갑 당선인(6선)의 선출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추 당선인이 그동안 관례처럼 행해져 온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사실상 배척하려는 의중을 숨기지 않고 있어,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에게 선호하는 차기 국회의장을 물은 결과(자세한 사항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추 당선인이 40.3%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정성호 의원 6.0%, 조정식 의원 5.9%, 우원식 의원 4.7% 등 다른 후보들을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한참 밖에서 따돌렸다.

특히 추 당선인은 민주당 지지층(70.3%), 조국혁신당 지지층(70.8%), 40대(59.5%)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지 구도를 형성한 배경에는 추 당선인이 최근 잇따라 내놓는 강경 발언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그는 최근 영수 회담 테이블에 '김건희 특검'을 올리면 안 된다는 친명(친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에게 "엉뚱한 말씀"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이는 강성 지지층의 여론을 등에 업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선명성을 강조하는 추 당선인의 강경 발언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들은 환호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 모임인 '잼잼기사단', '잼잼자원봉사단'은 온라인에서 추 당선인을 차기 국회의장으로 추대하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벌이는 모습도 포착된다. 이들은 "추 당선인은 강경한 태도와 검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친명 성향 유권자와 민주당 지지층들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추 당선인은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라면서 '중립 의장'이 아닌 '혁신 의장'을 자처하고 있다. 그간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불만이 쌓인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라디오에서 "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죽도 밥도 아닌 정말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는 우를 범한 전례가 있어 검찰개혁의 힘을 빼버리고 주저앉혔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면서 김 의장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또 친명계 원외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 참석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촛불 탄핵 당시 '거국 중립 내각을 하자'는 등의 주장이 있었지만, 저는 당 대표로서 이를 거부하고 탄핵을 준비했다"며 "같은 일(탄핵)이 되풀이되면 절대 민심과 동떨어진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탄핵을 가정하기도 했다.

추 당선인이 연일 강경 노선을 시사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국판 낸시 펠로시'가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펠로시 하원의원은 하원의장이었던 2020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고자 그의 연설문을 갈기갈기 찢었었다. 펠로시 전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두 차례나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윤 대통령의 뒤 의장석에 추 당선인이 서 있다고 생각하니, 펠로시가 떠오른다"고 했다. 물론 미국의 하원의장은 당적을 버리지 않고 다수당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국회의장과는 차이가 있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겹쳐 보인다는 평가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추 당선인과 펠로시 전 의장이 함께 언급되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은 이런 추 당선인에게 환호하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의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여 투쟁을 예고한 추 당선인의 국회의장 당선 시 22대 국회는 초장부터 강 대 강 대치 국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 제20조의2는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정치적 중립 의무가 명문화돼 있는 것은 아니어서 법적인 강제 사항은 아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을 저버리면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진영의 정당'이 돼버린다. 이런 식으로 국회를 운영하면 민주당이 말하는 '국민'은 '민주당 지지자'만을 의미하게 되고, '민의'는 '지지자들의 뜻'에 불과하게 된다"며 "즉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투표한 45.1%는 국민도 아니게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소수의 가치는 묵살될 수밖에 없어 국회는 '민주주의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며 "지금처럼 국회 다수당이 의장 후보를 결정하지 말고, 소속에 관계없이 누구든 의장 선거에 출마하도록 한 뒤 무기명 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정 정당의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일은 사라져, 당연히 국회법에 명기된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무시하는 발언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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