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에서 팔린 수입차의 절반이 하이브리드카다. 하이브리드카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요즘 쏟아지고 있는 자동차 관련 보도의 내용들이다. 이런 기사는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더 확산하고 있다.
실제 그럴까. 보도의 원천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매달 내는 ‘수입차 판매 현황’ 자료다. 수입차협회는 지난 3월 자료를 내면서 올 1분기 하이브리드카 판매 대수가 2만5908대로 전체 수입차 판매량(5만4583대)의 47.5%에 달한다고 적었다. 따로 분류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1718대 판매)를 합치면 올 들어 팔린 수입차의 절반 이상(50.6%)이 하이브리드카였다는 얘기가 된다.
비밀은 ‘마일드 하이브리드카’에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하이브리드카가 아니다. 시속 20㎞에 도달할 때까지만 주행을 보조해주고, 정차 시 전력계통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작은 용량(48V)의 배터리가 들어가 있다. 어느 정도 속도를 낼 때도 배터리로 가는 일반 하이브리드와는 다르다. 일반 하이브리드는 주행 시 엔진을 도와 힘을 내지만, 마일드 하이브리드카는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이 불가하다.
그래서 자동차업계에선 하이브리드로 취급하지 않는다. 대다수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종이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연비도 13㎞/L 안팎으로 일반 하이브리드카(18㎞/L 안팎)보다 훨씬 낮다. 자동차업계에선 “마일드란 이름을 붙인 상술”이라고 한다.
수입차협회는 “자료에 ‘마일드 하이브리드카 포함’이라고 명시했고, 국토교통부가 분류하는 기준을 따랐다”면서도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에 마일드 차종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정작 자료를 내는 곳은 갖고 있지 않다던 마일드 하이브리카 판매량은 민간 연구소를 통해 구할 수 있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는 1분기 판매된 마일드 하이브리드카가 2만1879대라고 했다. 지난 석 달간 팔린 하이브리드카(2만5908대)의 84.4%가 마일드 차종이었다는 얘기다. 통상 우리가 아는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5324대로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10%도 안 된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하이브리드카를 파는 수입차 업체는 도요타(렉서스) 정도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BMW 등 유럽 회사들이 주로 만든다. 하지만 수입차협회는 통계 방식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한다. 억지 투성이인 ‘하이브리드카 전성시대’에 소비자 혼란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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