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기업 공장 부지를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경제 불황에도 신규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이 늘어 새 부지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김두겸 시장의 규제 완화 등 ‘기업 프렌들리’ 정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효대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29일 “민선 8기 기업 친화정책에 신규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동원 가능한 모든 정책을 쏟아부어 공장 부지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가 올초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산단 부지 수요 조사를 벌인 결과 250만㎡ 이상 수요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울산시는 지난달 시를 대표하고 한국 공업화를 이끈 온산국가산단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6521억원을 들여 울주군 청량읍 용암리와 온산읍 학남리에 2030년까지 148만㎡(약 45만 평) 산단 부지를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사업이 본격화하면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울산도시공사가 공동으로 시행을 맡기로 했다.
울산시는 7년째 방치됐던 미포국가산단 내 ‘장생포선 폐선 부지’도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활용하는 길을 열었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울산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장생포선을 폐지하고 그 자리에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뒤 후속 절차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올 상반기 노선 폐지를 고시하고, 하반기 기업체별 산단 개발 실시계획을 승인할 예정이다. 울산시가 주변 기업을 상대로 의향을 물어본 결과 한국바스프 등 9개 기업이 총 24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신·증설하거나 제품 보관 창고 용도로 쓰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보존 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줄 것을 정부에 강하게 건의했다. 그 결과 중구 다운동의 18만9000㎡ 용지를 탄소중립 특화연구단지로 본격 조성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민선 8기 들어 파격적인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업들이 속속 투자 계획을 마련했다고 보고 공장 부지도 빠르게 확보해나가기로 했다. 김 시장은 2022년 7월 취임 이후 1년10개월여 만에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인허가 부서 직원들로 현장지원 전담팀(TF)을 구성해 기업의 투자 현장에 공무원을 파견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쓰오일이 울산 온산공단에 9조3000억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짓기로 한 ‘샤힌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다. 사업이 본격화하는 하반기부터 에쓰오일 현장에는 하루 평균 1만1000여 명의 근로자가 투입될 전망이다. 수송에만 대형버스 150대가 동원되고, 승용차 3000대가 매일 온산공단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시는 현대자동차 전기차 공장 인허가 기간을 3년에서 10개월로, 삼성SDI 배터리와 양극재 생산공장 인허가를 3년에서 6개월로 대폭 줄이기도 했다. 공장 신설 후 예상되는 교통난에 대비해 대형 주차장과 야적장을 마련하는 작업도 서두르기로 했다. 김 시장은 “기회발전특구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을 서두르면서 투자하기 더 좋은 울산을 만들고 ‘산업 수도’라는 명성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