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9일 15: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닥스와 헤지스, 질스튜어트를 비롯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기업 LF는 빌딩부자로 통한다. 서울 명동·압구정동에 빌딩 여섯 채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2600억원이 웃도는 현금을 굴리고 있다. 현금창출력도 안정적이지만 주가는 저평가받고 있다. 오너 일가는 낮아진 주가를 틈타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너가 2세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회사를 통해 LF 지분을 대거 사들이는 중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려디앤엘은 이달 LF 지분 0.17%를 7억원에 매입했다. 이에 따라 보유지분이 11.13%에서 11.30%로 늘었다. 잇따른 매입에 따라 구본걸 회장(지분 19.11%)에 이은 LF 2대주주 자리를 굳혀가는 중이다.
2022년 출범한 고려디앤엘은 조경·원예사업을 하는 회사다.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LF네트웍스에서 인적분할하면서 출범했다. 구본걸 회장의 장남 구성모 LF 매니저(지분 91.58%)와 장녀 구민정 씨(8.42%)가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고려디앤엘은 2022년 인적분할 당시에 LF네트웍스가 보유한 LF 지분 6.17%를 들고 나왔다. 오너 일가 2세인 구 매니저와 구민정 씨의 LF 경영권 승계를 위해 출범한 회사인 셈이다.
고려디앤엘은 현금창출력이 미약한 편이다. 작년에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486억원, 7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내부자금 대신에 차입금으로 지분매입 대금을 조달했다. 이 회사는 한국증권금융과 NH투자증권에 LF 지분 10.86%를 맡기고 268억원을 차입했다.
고려디앤엘은 2022년부터 LF 지분을 늘렸다. 2021년 말 6.17%에 불과했던 LF 지분은 현재 11.3%까지 확대됐다. '구성모·구민정 남매→고려디앤엘→LF→LF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춘 것이다.
LF 주가가 저평가받고 있는 만큼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 작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LF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이익비율(PER)은 각각 0.29배, 5.42배다. 2023년 기준 코스피 섬유·의복 지수의 PBR(0.75배)과 PER(9.25배)을 모두 크게 밑돈다.
이 회사의 넉넉한 자산을 고려할 때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F는 서울 압구정동(다섯 채)과 명동(한 채)에 빌딩 다섯 채를 보유한 ‘빌딩부자’이기도 하다. 빌딩의 시장가치는 '조(兆) 단위'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 말 장단기 현금성자산은 269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9007억원, 573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