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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부채가 1820년대 이후 전례 없는 수준에 근접해 적절한 경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가 저성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보르게 브렌데 세계경제포럼(WEF) 총재는 2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WEF 주최 '글로벌 협력, 성장 및 에너지 개발 특별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전 세계 부채비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선진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CNBC 방송에 출연해 "올해 전 세계 성장률이 3.2%(추정치) 수준으로 나쁘지 않지만 수십년간 4% 수준을 유지했던 때와는 다르다"면서 일부 국가들은 1970년대와 같은 경기둔화 위험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해법으로 브렌데 총재는 "우리는 무역 전쟁을 벌일 수 없으며, 여전히 서로 무역해야 한다"며 무역을 강조했다. 인접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니어쇼어링'및 우방국과 공급망을 공유하는 '프렌드쇼어링' 등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변하더라도 무역은 이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나폴레옹 전쟁 이후 이 정도의 부채를 본 적이 없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육박하는 부채를 안고 있다"며 부채 해결을 촉구했다. 각국 정부가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부채를 줄이는 재정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브렌데 총재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이 개발도상국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라고도 전했다.
브렌데 총재의 발언은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와 궤를 같이한다.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공공부채는 GDP 대비 93.2%에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84.2%)보다 약 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IMF가 전망한 2029년 전 세계 공공부채는 GDP 대비 98.8%로 100%에 육박한다. IMF는 미국과 중국이 공공부채 급증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 해동안 미국과 중국의 부채 규모는 각각 GDP 대비 약 2%포인트, 약 6%포인트 늘었다.
브렌데 총재는 세계 경제의 현재 가장 큰 위험으로는 지정학적 경기 침체를 꼽았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많아서 쉽게 통제 불능상태가 될 수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했다면 하룻밤에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는 등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