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SNL코리아' 방송 중 실제 흡연을 하는 모습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안84는 27일 공개된 'SNL코리아' 시즌5의 호스트로 등장했다. 기안84는 과거의 인기 프로그램인 MBC '사랑의 스튜디오'를 모티브로 패러디한 '사랑의 스튜디오' 코너에서 소년 만화 잡지 '보물섬'에 '패션왕'을 연재 중인 노총각 만화가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실제로 흡연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안84는 "오늘 잘 안될 거 같다"고 탄식하며 실제 담배를 빼 불을 붙이고 입까지 물었다. 현장의 크루들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진짜 불을 붙이면 어떡하냐"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타박했다. 하지만 기안84는 "90년대 시대에는 방송에서 담배 피어도 됐다"면서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함께 출연하는 사람들도, 보는 사람들도, 모든 사람을 당혹스럽게 한 이 장면은 방송 사고였다. 담배를 무는 것까지가 약속된 연기였고, 이후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입에 물며 실제로 흡연을 한 건 기안84의 애드리브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방송이 공개된 후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기안84가 90년대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춰 연기를 해야 했다는 상황을 고려하면 용인할만하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흡연 장면까지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송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흡연이 금지되는 실내에서 흡연했다는 건 범법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현행 방송통신법상 흡연을 직접적으로 규제하진 않는다. 다만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서 '방송은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정한 부분에 따라 흡연 장면 노출을 피해 왔다.
실제로 2008년 KBS 2TV '1박2일' 에서 MC몽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흡연하는 모습이 노출돼 논란이 됐다. 쿠팡플레이와 같은 OTT 플랫폼의 경우 기존 방송사와 달리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적용받아 음주, 흡연 장면에 대해 규제는 하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청소년의 44%가 미디어에서 본 흡연 장면 때문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담배 피우는 장면에 많이 노출된 청소년일수록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전자 담배를 시작할 가능성이 3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아동, 청소년 흡연 예방을 위한 OTT 미디어 제작 및 송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총 9개 조항으로 흡연행위 권유·유도하는 표현 자제, 긍정적인 흡연행위 표현 자제, 연예인·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의 흡연 표현 자제, 아동과 청소년의 흡연 표현 자제, 담배 제품명, 담배회사 명칭 표현 자제, 담배 사고파는 표현 자제 등이 담겼다. 정부 역시 OTT에서 흡연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걸 민감하게 느끼고, 지난해 2월 파나마에서 열린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 OTT 플랫폼 등에서 담배·흡연 장면 묘사를 줄일 수 있도록 협약 사무국과 당사국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흡연 장면 노출이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실내 흡연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증진법 9조 4항 제16호에 따르면 연면적 1000㎡ 이상의 사무용 건축물, 공장 및 복합용도의 건축물은 시설 전체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금연 구역에서 실내 흡연을 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촬영장에서 실내 흡연 장면이 노출된 몇몇 연예인들이 과태료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실내 촬영장에서 흡연 장면을 찍을 땐 니코틴이 없는 금연초가 소품으로 사용된다.
'SNL코리아'는 크게 사전 녹화와 방청객들과 함께하는 공개 코미디로 구성된다. 공개 코미디의 경우 경기 고양시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데, 해당 건축물은 문화, 집회 시설로 등록돼 있다. 건물 전체가 금연 구역인 셈이다. 기안84가 실내 흡연 고발과 과태료 징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해당 담배가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