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커머스 1위인 쿠팡과 배달 플랫폼 1위 배달의민족(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상대방의 핵심 사업을 파고들면서 ‘슈퍼앱’(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한 플랫폼 안에서 제공하는 것)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배민은 처음으로 선보이는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의 혜택으로 쿠팡의 핵심 사업인 ‘커머스’를 내세웠다. 쿠팡은 충성 고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자회사인 쿠팡이츠를 통해 음식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e커머스·배달 시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두 회사 모두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커머스·배달 영역 허무는 쿠팡·배민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조만간 출시할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의 주요 혜택으로 B마트 등 커머스 할인 제공을 검토 중이다. B마트는 생필품·식료품을 한 시간 이내에 배달해 주는 퀵커머스 사업이다. 배민이 미리 사들인 상품을 도심형 유통센터(PPC)에 보관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해준다.B마트는 배민이 ‘제2의 도약’을 위해 내세운 핵심 사업이다. 음식 배달에 한정하지 않고 생필품 등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배민은 지난해 50여 곳이던 B마트용 PPC를 70여 곳으로 늘렸다. 현재 B마트에서 판매하는 상품 종류는 1만여 개에 달한다. 홈플러스 등 브랜드 40여 개와 개인 판매자 600여 곳이 들어와 있는 오픈마켓형 퀵커머스 ‘배민스토어’도 꾸준히 입점사를 늘리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은 이제 쿠팡이츠가 아니라 매출 33조원(작년 기준)의 거대 기업인 쿠팡과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반대로 쿠팡은 쿠팡이츠를 통해 배달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무제한 무료 배달을 시작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MAU)는 626만 명으로, 요기요(570만 명)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배달 앱 1위인 배민(2186만 명)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쿠팡이 빠른 속도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을 장악한 만큼 배민은 쿠팡이츠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유료 멤버십으로 수익성 악화 타개
배민이 커머스를 키우는 것은 주력 사업인 음식 배달 시장의 포화로 점유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민의 음식 배달 매출은 2조7187억원으로 전년(2조4233억원)보다 12.2% 늘었다. 2022년 매출 증가율이 53.9%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 커머스 매출이 2022년 5122억원에서 2023년 6880억원으로 34%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이용객 1인당 B마트의 평균 주문액은 사업 초기 대비 세 배 늘었다.쿠팡이 음식 배달 서비스를 통해 노리는 것은 유료 회원을 묶어 두는 ‘록인 효과’다. 음식 배달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쿠팡플레이)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 이탈을 최대한 막겠다는 전략이다. 작년 말 기준 와우 멤버십 회원은 약 1400만 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와우 멤버십 하나면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쿠팡의 목표”라고 했다.
문제는 출혈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다. 무료 배달 같은 공격적 마케팅은 모객 효과가 높지만 비용도 많이 든다. 전체 시장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선 한 번 낮춘 배달비를 다시 올리기도 힘들다. 퀵커머스 사업 확대를 위한 물류센터 건립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쿠팡이 이달 와우 멤버십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 것과 배민이 유료 멤버십 카드를 꺼내든 배경엔 이 같은 비용 부담을 상쇄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