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늘리는 내용의 복지정책 시행과 관련법 개정이 수년째 미뤄지면서 육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가 한 달 남은 가운데 관련 법안이 마지막 회기 내 처리되지 못할 경우 폐기되면서 해당 정책 시행이 또다시 해를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육아휴직 기간 연장을 두고 정부와 국회를 성토하는 워킹맘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7세 자녀를 둔 한 워킹맘은 “육아휴직 1년 6개월로 확대한다면서 홍보에 몰두하더니 도대체 언제 시행되나”라며 "고용노동부 주무 부서에 물어봐도 모른다는 답변만 하더라”고 꼬집었다. 다른 워킹맘도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극복 방안 중 실질적으로 와 닿던 유일한 정책이 감감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던 육아휴직 기간 확대 정책 실시는 3년째 무소식이다.
현행법상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1년이다. 짧은 육아휴직 기간 탓에 사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2022년 6월 '저출산 대응 정책'의 일환으로 법정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연장·확대한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자녀 연령도 8세에서 12세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해 초 업무보고에서도 해당 정책 실시를 재차 천명했다. 이에 따라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의 기간을 각각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지난해 2월에 발의됐다. 이어 정부는 개편 제도를 올해 하반기 시행하겠다며 6개월간 보험료 지급에 소요될 예산지출액도 이미 편성한 상태다.
하지만 총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이번 21대 국회 임기 종료일인 다음 달 29일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자동 폐기된다. 법안이 폐기되면 법안 재발의, 상임위원회 재구성, 법안 시행 시점(공포된 이후 6개월) 등을 감안할 경우 연내 정책 시행은 사실상 물 건너 가게 되는 셈이다.
육아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한 워킹맘은 "올해 6월 육아휴직이 종료되는데 그때까지 연장이 꼭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실 여러 곳에도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이 없다"라며 “국회가 이런 중요한 민생 법안은 내팽개친 채 정쟁만 일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