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통신기기는 해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의 보안 수준을 높여야 한다. 우리 회사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정원 ICTK 대표이사는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단순히 기술만 보유한 회사가 아니라 보안칩 전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로 성장해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017년 설립된 ICTK는 '물리적 복제방지 기술'(PUF·퍼프)를 적용한 보안칩을 생산하는 회사다.
ICTK가 보유한 대표적인 기술은 '비아 퍼프'(Via PUF)다.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생기는 무작위한 고유 패턴을 보안키로 활용한다. 물리적인 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보니 이를 적용한 보안칩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보안 프로그램보다 더 효과적으로 해킹을 방지한다.
현재 비아 퍼프가 적용된 보안칩은 전자기기, 각종 단말기 등 사물인터넷(IoT) 영역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2018년부터 무선 공유기에 이 제품을 탑재했다. 한국전력은 각종 전력공급 정보가 담긴 스마트 미터기(AMI)에 이 칩을 쓰고 있다. 이 두 회사는 현재 ICTK 매출액의 3분의2를 차지한다.
이정원 대표는 "여러 겹 쌓아 올린 트랜지스터에 뚫어 놓는 수만 개의 미세한 구멍(비아홀) 중 3000여개를 일부러 작게 만든다"며 "이후 공정 과정에서 그 구멍들이 막히는 모양을 고유의 보안키로 만들어 보안칩 자체가 복제되지 못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채나 지문 등 생체 정보를 보안 기술에 적용하는 것과 같다"며 "반도체 간 미세한 오차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반도체 지문'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제품 납품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처리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제품군을 구성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보안칩은 실제 납품까지 1~2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발주, 웨이퍼(반도체 원판) 공정 등 납품 과정에 필요한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으로의 제품 공급도 이뤄질 예정이다. 한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2022년 5월엔 '매그니피센트 7'(애플·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스·테슬라·엔비디아) 중 한 기업과 15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대표는 "계약상 사명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계약 물량은 보안칩 최소 수백만개로 현재 이 회사가 관리하는 보안키 값을 우리 회사 제품과 맞추는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인도,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ICTK는 최근 4년간 매출액이 꾸준히 늘었다. 2021년, 2022년, 2023년에 각각 20억원, 25억원, 6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다만 3년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2021년과 2022년엔 적자 규모가 각각 31억원, 33억원으로, 매출액보다 컸다. 작년엔 24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모든 각종 지식재산권(IP)을 외부에서 사거나 빌리지 않고 직접 개발하는 데 비용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ICTK는 이번 상장을 통해 총 197만주를 공모한다. 공모 예정가는 1만3000~1만6000원이고, 예상 공모 금액은 256억~315억원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1707억~2101억원이다. 지난 24일 시작된 수요 예측은 오는 30일까지 진행된다. 다음달 7~8일 일반 청약을 거쳐 5월 중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