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공시가격이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인 고가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주택연금 가입 건수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정부가 주택연금 가입 요건을 완화하며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 정책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가입 요건이 공시가격 기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완화된 작년 10월 12일 이후 올 2월 말까지 9억원 초과~12억원 이하 주택의 주택연금 신규 가입은 모두 328건이었다. 이 중 올해 1~2월 두 달 동안 72건이 가입돼 지난해 10월 12일부터 연말까지 약 2개월 반 동안 이뤄진 가입 건수(256건) 대비 71.9% 줄었다.
금융위원회는 대부분의 자산을 부동산으로 보유한 고령층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법령을 개정하고 주택연금 가입 대상을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까지 확대했다. 이후 정부는 간담회 등을 통해 고령화 현상에 대응한 주요 정책 성과로 주택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한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공시가격 12억원 주택의 실제 시세는 17억원 정도다.
고가 주택의 주택연금 가입 감소 추세는 다른 유형의 주택과 비교해봐도 두드러진다. 1~2월 전체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2376건으로, 전년 동기(2832건) 대비 16.1%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택연금 가입 건수가 빠르게 줄어든 원인으로는 주요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한 점이 꼽힌다. 주택연금은 집값이 하락할 때 가입이 늘고, 집값이 오를 때 가입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월간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 상승률은 작년 12월 -1.03%에서 올해 1월 0.37%로 오른 이후 2월 0.62%까지 뛰었다.
주택연금 가입 요건이 완화된 지난해 일시적으로 신청이 몰려 올해 상대적으로 신청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영향도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작년에 제도 변경을 기다리고 있던 대기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