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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때 페트병도 재활용, 고부가 제품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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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으로 직행했던 저품질 플라스틱을 원료 상태로 되돌리고, 이를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의 각축장이네요.”

25일 세계 3대 플라스틱·고무 박람회 ‘차이나플라스 2024’가 열린 중국 상하이 국제컨벤션센터. 이곳에서 만난 안재현 SK케미칼 사장은 “중국의 ‘저가 플라스틱 공세’를 이겨내기 위한 글로벌 화학 업체들의 고민이 이번 전시회에 잘 나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일반 플라스틱 제품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향후 생존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활용 제품 각축장
23~26일 열린 차이나플라스는 글로벌 기업들이 갈고 닦은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을 뽐내는 자리였다. SK케미칼,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독일 바스프, 중국 시노펙 등 전 세계 4400여 개 업체가 참여했다.

화두는 화학적 재활용 제품의 ‘상용화’였다. 그동안 페트병으로 불리는 폴리에스테르(PET) 소재는 이물질이 없는 투명한 생수병 정도만 재활용할 수 있었다. 플라스틱 재활용이 분쇄, 세척, 열처리 등 물리적인 방식으로 처리되는 ‘기계적 재활용’에 머무른 탓이었다. 재활용 횟수도 두세 번에 그쳤다.

화학적 재활용은 이런 단점을 보완했다. 음식 찌꺼기가 묻거나 색깔이 있는 페트병도 ‘무한 재활용’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을 화학 처리해 원료 상태로 분해한 뒤 이를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드는 ‘해중합’ 기술 덕분이다.

SK케미칼은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화학적 재활용 공장에서 제작한 플라스틱을 전시해 주목받았다. SK케미칼은 중국 자회사인 SK산토우에서 연 7만t 분량의 재활용 PET 원료를 생산하고 있다. 500mL 생수병을 70억 개 제작 수 있는 분량이다. 이 원료는 SK케미칼 울산공장으로 옮겨져 제주 삼다수 페트병과 오뚜기의 소스 용기 소재 등으로 변신한다. 안 사장은 “폐기 외엔 방법이 없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만큼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일반 PET 원료는 ㎏당 1달러 안팎이지만 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만든 제품은 ㎏당 2달러를 훌쩍 넘는다.
○SK케미칼, 세계 최초 양산 시작
친환경 규제에 민감한 글로벌 화장품 회사 등의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안 사장은 “폐플라스틱 수거부터 분류, 재활용되는 전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고객에게 제공한다”며 “각 기업이 이 제품을 쓰면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야 하는 ‘스코프3’를 맞추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폐플라스틱을 강한 열로 분해해 액체로 만든 뒤 이를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드는 기술로 주목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폐플라스틱에 남아있는 이물질을 화학적 반응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재활용이 가능한 폐플라스틱 종류가 대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국내 기업 중 최대 규모인 400㎡ 규모 부스를 꾸리고 친환경 고부가 제품을 적극 소개했다. 땅에 묻으면 6개월 안에 자연 분해되는 고강도 생분해성플라스틱(PBAT)과 바이오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 열분해유 플라스틱 제품 등을 전시했다. 독일 바스프는 폐기되는 어망을 모아 재활용한 티셔츠를 전시했다.

상하이=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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