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충격을 안긴 '라덕연 사태'가 1년이 지났다. 사건에 연루된 종목의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일부 개인 투자자는 낙폭이 과하다고 평가해 이들 종목을 사들였지만, 주가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들은 대부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지만 섣불리 투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성홀딩스는 최근 1년(2023년 4월 24일~2024년 4월 24일) 새 주가가 93.07% 급락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그 외 선광(-89.25%), 서울가스(-87.81%), 삼천리(-81.57%), 세방(-72.66%), 다우데이타(-72.15%), 하림지주(-61.01%), 다올투자증권(-39.96%)의 주가도 1년 새 크게 하락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라덕연 사태'에 연루된 종목이란 점이다. 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라덕연씨는 투자자로부터 휴대폰과 증권계좌 등을 넘겨받아 미리 정해둔 매수·매도가로 주식을 사고파는 '통정매매' 형식으로 약 3년에 걸쳐 이들 종목의 주가를 띄웠다. 가수 임창정도 라 씨에게 돈을 맡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창정은 이후 공식적인 활동이 거의 없는 상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는 주가조작 세력이 띄운 종목이란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이들 종목은 특별한 호재 없이 폭등세를 타고 있어 '돈복사기 주식'으로 불릴 뿐이었다. 8개 종목은 지난해 4월 24일 오전 느닷없이 하한가로 추락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을 통해 대량의 매물이 쏟아지면서다. 하한가는 수일간 지속됐고, 나흘 만에 시가총액 8조원이 증발했다.
피해는 온전히 투자자에게 돌아왔다. 작년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2023년 상반기 증권사의 개인투자자 반대매도 금액 상위 종목'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거래 반대매매 순위 1위부터 10위 중 다우데이타,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세방, 선광 등 6개가 라덕연 사태에 연관된 종목이었다.
일부 개인 투자자는 이들 종목을 사들였다. '낙폭과대주'로 평가해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1년간 개인은 대성홀딩스를 479억원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203억원, 159억원 팔아치운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를 제외한 종목에서 모두 개인의 매수세가 관찰됐다. 다만 이들은 큰 재미를 보진 못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를 이용해 대성홀딩스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 대부분(98.9%)은 손실을 보고 있다. 평균 손실률은 47.78%에 달한다.
한편에선 이들 종목을 저PBR주로 접근할 수 있다는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올해 들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저PBR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PBR이 1배를 밑돌면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보다 시가총액이 낮은 상태다. PBR이 1배 미만은 기업이 저평가됐다고 보는 이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울가스(0.21배), 삼천리(0.22배), 하림지주(0.22배), 세방(0.22배) 다올투자증권(0.27배), 대성홀딩스(0.3배), 선광(0.31배), 다우데이타(0.41배) 순으로 PBR이 낮다.
다만 단순히 PBR이 낮다고 해서 투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주주환원 여력을 갖춘 대형주 중에서도 PBR이 낮은 종목이 많기 때문이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후 현대차·기아, 금융주 등 대형주 위주로 저PBR 관련 수급이 몰리고 있다"며 "세부 사안이 공개되는 5월까지 기다려봐야겠지만, 현재로선 PBR이 낮은 대형주만 프로그램 수혜주로 인정받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