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을 살해하고 12명을 다치게 한 '분당 흉기난동범' 최원종(23) 측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중증 조현병으로 인한 범행"이라면서 재판부에 형을 감경해달라고 요청했다.
24일 수원고법 형사2-1부(김민기 김종우 박광서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최원종의 살인 등 혐의 공판에서 피고인의 변호인은 "최원종도 범행 당시 심신 상실 상태로 사물을 변별한 능력이 없었지만, 원심판결이 사실을 오인해 피고인에게 심신 미약 부분만 인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은 "미국 로널드 레이건 암살 미수 사건 당시 피고인에 대한 정신 질환이 인정돼 30년간 치료 감호를 받고 출소한 예가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1심 때 최원종의 정신 감정을 진행한 전문의에게 보완 감정 사실 조회를 신청해 피고인의 심신 상태, 치료 감호 필요성 등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정신 감정인은 당시 "피고인의 환청, 피해망상, 관계망상 등 지각 및 사고 장애가 이 사건 범행 발생 2년 전부터 시작됐으며, 약 1년~4개월 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부는 감정 내용에 따라 감정인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지 고민하겠다고 알렸다.
최원종은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원종은 "구치소에서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없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네"라고 대답했다. 이에 재판을 방청한 유족 일부는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유족 10여명은 재판을 마친 뒤 "검찰이 피고인의 심신 상실 주장에 강력히 대응해 1심 형량인 무기징역이라도 유지됐으면 좋겠다"며 "최원종이 재판부에 사과문을 제출하고 있는데 누구에게 사과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피해자 입장으로서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가족들은 재판부에 최원종에 대한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앞서 최원종은 지난해 8월 3일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 분당점 부근에서 모친의 승용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이후 차에서 내려 백화점으로 들어가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중 차에 치인 김혜빈(사건 당시 20세) 씨와 이희남(당시 65세) 씨 등 2명은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끝내 사망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