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중국 해외 직구 플랫폼(C커머스)의 공습이 거센 상황에서 세계 최대 e커머스 아마존이 일부 품목에 한해 한국 대상 무료배송에 나섰고, 숏폼(짧은 동영상) 유행을 이끈 중국 바이트댄스의 상륙이 점쳐지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일부 무료배송 대상 품목에 한해 49달러(약 6만7700원)어치 이상 구입하면 '무료 아마존글로벌 배송'을 제공하기로 했다. 배송주소를 한국으로 설정한 소비자가 '대한민국으로 무료 배송' 품목을 49달러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도 아마존은 비정기적으로 무료 배송 이벤트를 진행했으나 당시에는 99달러 이상 구매해야 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진입장벽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이번에는 한국 무료배송 적합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총 주문금액이 49달러를 웃돌거나 49달러 이상 단일상품의 경우 무료배송이 적용되는 구조다. 무료배송 기준 원화 결제 금액은 당시 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상품 배송 기간은 상품별로 상이하다. 아마존 측은 "상품 배송 예상 시간은 결제 시 표시되며, 상품 재고 상황이나 배송지 위치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료배송 대상 품목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일례로 아마존 대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정보기술(IT) 기기로 꼽히는 전자책 '킨들', 태블릿 '파이어' 등은 여전히 한국이 배송 가능 지역에 속하지 않았다. 다만 아마존의 자체브랜드(PB) '에센셜'(패션) 일부 상품 등은 무료배송 품목에 해당됐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앞서 11번가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를 운영,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마존에 이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의 '틱톡샵'이다. 지난해 말 '틱톡샵' 상표를 출원한 데 이어 최근 일부 인력 채용에 나서 한국 상륙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틱톡샵은 크리에이터가 올린 콘텐츠에 노출된 제품을 유저(사용자)가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2021년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후 동남아시아 시장과 미국, 영국 등에 상륙해 각 지역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구가했다. 지난해 중국 더우인은 틱톡샵의 총거래액(GMV) 목표치를 500억달러(약 68조6500억원)으로 제시하며 추가 성장을 자신한 바 있다.
숏폼 유행을 이끈 틱톡은 월간활성이용자(MAU)가 세계적으로 16억 명이 넘는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도 숏폼 유행과 함께 특유의 현금 살포 이벤트를 통해 국내 5위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입지를 굳혔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틱톡은 국내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SNS 앱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틱톡에 따르면 한국 사용자는 하루에 평균 80분 이상을 보낸다.
오동환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숏폼 등을 활용한 비디오 커머스 시장이 고성장할 전망"이라며 "특히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커머스 영상들은 인스타나 유튜브, 틱톡 등 영상 플랫폼을 타고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틱톡코리아 측은 연내 틱톡샵의 국내 진출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다. 박중혁 틱톡코리아 SMB(중소기업·Small and Medium Business) 총괄은 지난 23일 한경닷컴이 개최한 ‘2024 한경 디지털마케팅 리액터(DMR·Digital Marketing Reactor)’ 행사에서 틱톡샵 한국 진출 계획에 대해 "한국은 현재 틱톡샵 진출 계획 대상 국가 중 1, 2순위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순차적으로 올해 다른 곳(국가)에서 틱톡샵을 연 후 내년께 다시 한국에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틱톡의 시도 등에 비춰 약 7조원에 달하는 국내 해외 직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국내 해외직구 시장은 약 7조원 규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해외 직구액은 6조7567억원으로 전년보다 26.9% 증가했다. 특히 최근 두드러진 흐름은 지난해부터 광고모델 마동석과 초저가 상품의 '5일 무료배송'을 내세워 입지를 굳힌 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의 활약상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중국 직구 금액은 121.2% 급증한 3조2872억원에 달했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은 관련 조사가 이뤄진 후 처음으로 연간 직구 금액 1위 국가에 올랐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틱톡샵 등 중국 메가 플랫폼들의 국내 추가 진출이 이어지며 국내에서 중국 e커머스 고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1.4% 수준인 중국 e커머스 침투율은 2026년 6.4%까지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해 미국 직구 금액은 7.3% 감소한 1조857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의 공세에 밀린 결과다. 아마존의 49달러 무료배송으로 이같은 흐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e커머스 기업 역시 직구 사업 경쟁 강도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e커머스 업계가 꾸준히 직구 서비스를 강화한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C커머스의 공세가 이어졌고, 신규 진입이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
국내 다수 e커머스 기업은 자체 유료멤버십 등과 연계해 직구에 대해 사실상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e커머스 강자 쿠팡은 와우멤버십 서비스 혜택의 하나로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로켓직구'를 운영하고 있다. 직구 시장은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AK몰을 품은 싱가포르 e커머스 기업 큐텐이 정조준한 시장이기도 하다. 큐텐은 자회사들을 최근 인수한 북미 기반 플랫폼 위시와 연동해 직구 사업과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 구축'에 한층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