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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선진 의료 비결은 의사 수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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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강 앙거홀처 주한 오스트리아대사는 22일 서울 성북동 관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오스트리아는 세계 최고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이런 의료 서비스의 근간은 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 전문직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라고 밝혔다. 앙거홀처 대사는 “치료는 최적의 서비스 지점에서 제공돼야 하며 환자는 언제든 원격으로, 지정된 경우 외래로, 필요하면 입원해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는 2021년 기준으로 의사(임상의사 기준) 수가 인구 1000명당 5.4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많다. 인구 1000명당 2.6명인 한국(한의사 포함)의 두 배가 넘고 OECD 평균(3.7명)도 한참 웃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논의 과정에서 오스트리아가 주요 참고 사례로 언급된다. 다음은 앙거홀처 대사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오스트리아는 뛰어난 의료 시스템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활발히 논의하고 있습니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5.4명이고 인구 대부분이 의료보험에 가입된 세계 최고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 비결은 뭔가요.

“이런 의료 서비스의 근간은 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 전문직에 대한 교육과 훈련입니다. 수십 년에 걸쳐 의사가 환자를 돌보는 주치의 제도는 그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업무량이 많고 일과 삶의 균형이 맞지 않아 의사 직업에 대한 매력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의사 업무량 증가 대책이 있습니까.

“오스트리아 정부는 최근 실질적인 개혁을 통해 시골 젊은 의사들에게 매력적인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의사와 의료 전문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다분야 클리닉에 대한 규제도 풀고 있습니다.”

▷의사 정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의학은 젊은이들이 매우 선호하는 학문입니다. 지원자 수가 정원보다 아홉 배 많아 입학 경쟁이 치열합니다. 의대생 양성은 의대의 역량 문제입니다.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4개 의과대학이 의사 교육을 담당합니다.”

▷등록금이 비싸진 않습니까.

“오스트리아에서는 공립학교와 마찬가지로 주립대학 교육은 수업료가 무료입니다. 정부 보건 정책 측면에서 고도로 훈련된 젊은 의사들이 오스트리아에 계속 머물 수 있도록 의사와 병원의 근무 및 경제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선진 의료 덕에 삶의 질도 높겠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의료 시스템이 우수하고 생활비가 저렴합니다. 기업 친화적인 세금 제도, 우수한 인프라, 낮은 범죄율 등도 장점입니다. 최근 컨설팅 업체 머서가 발표한 ‘2023년 삶의 질 순위’에서 빈은 또다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받았습니다.”

▷최근 한국-오스트리아 간 문화 교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화 교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빈 소년 합창단 등이 매년 한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만프레드 호넥, 안드레아스 오텐사머, 루돌프 부흐빈더, 토마스 햄슨 등 지휘자와 솔리스트는 말할 것도 없고 브루크너 오케스트라 린츠,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등 다른 유명 오케스트라들도 최근 몇 년간 내한공연을 가졌습니다. 작년에는 한국인 지휘자 윤한결이 권위 있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했고, 이 상으로 오는 8월10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ORF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데뷔 무대를 갖습니다."

▷올해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계획하고 있는 문화 행사가 있을까요.

"2024년은 전시의 해가 될 예정입니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약 500여 점의 오스트리아 및 한국 현대 보석공예 작품을 선보입니다. 9월부터는 광주비엔날레에 사상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파빌리온을 개설합니다. 선정 작가는 리슬 라프입니다. 11월부터는 비엔나 레오폴트 미술관에서 에곤 쉴레, 구스타프 클림트 등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작가들의 전시가 국립박물관에서 열립니다."

▷오스트리아는 '히든챔피언'이라고 불리는 강소기업으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히든 챔피언은 해당 시장 틈새에서 전 세계 1, 2, 3위를 차지하거나 유럽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히든 챔피언은 사업자 간에 영업하므로 일반 대중에게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기업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의 로젠바우어 소방차, 부산 공장에서 조립하는 가이슬링거의 댐퍼, 평택에서 생산하는 엥겔의 사출성형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히든챔피언의 강점은 무엇일까요

"히든 챔피언은 대부분 가족 경영 기업이기 때문에 주주의 기대를 충족시킬 필요없이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며, 경영진과 노동력 사이에 지속적인 충성도를 보이고, 생산량의 대부분(평균 85%)을 수출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것은 히든 챔피언은 R&D(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많은 경우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한다는 점입니다."

▷한국과 오스트리아가 협력할 수 있는 경제 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삼성이나 SK하이닉스와 경쟁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기업은 없습니다. 한국 기업은 전략적 목표로 중국 내 생산에서 더 독립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탄력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스트리아는 한국과의 협력 강화에 매우 열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기업이 있을까요

"오스트리아에는 유럽 상위권에 속하는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피니언 오스트리아, AMS-오스람, 안산에 주요 생산 시설을 갖춘 AT&S 등 꽤 많은 반도체 제조업체가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에 공급하는 EVG와 ims 나노패브리케이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도로 전문화된 오스트리아 중소기업과 한국 대기업 간의 최적의 매칭을 찾아내야 합니다."

▷한국 기업이 오스트리아를 유럽 진출 교두보로 삼았을 때 이점이 무엇일까요

"오스트리아는 4억500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유럽연합 단일 시장의 일부로 상품, 서비스, 인력,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합니다. 이는 유럽 산업과 유럽의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열어줍니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오스트리아를 관광 대국으로 생각합니다

"오스트리아는 산업화된 국가이며 번영하는 사회입니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오스트리아를 관광의 나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관광업은 전체 GDP의 15%를 차지하고 산업 생산은 GDP의 30%를 차지합니다. 오스트리아의 1인당 GDP는 한국보다 약 3분의1 정도 높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경제는 동기 부여가 높은 노동력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으며, 노동 생산성은 EU 평균보다 12% 높습니다."

▷다른 기업 운영 여건은 어떻습니까

"오스트리아에 산업 투자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기업 친화적인 세금 제도, 우수한 인프라, 고객 중심의 전자 정부, 파업이 거의 없고 범죄율이 낮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저렴한 생활비, 안정적인 대중교통, 우수한 의료 시스템 등 오스트리아의 삶의 질은 말할 필요도 없고 문화적인 혜택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최근 발표된 머서 '2023년 삶의 질 순위'에서 비엔나는 다시 한 번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받았습니다."

▷오스트리아 역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오스트리아 인구는 700만명도 안됐지만 지금은 900만명에 달합니다. 1960년대에는 빈 인구가 160만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0만명의 대도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인구 증가는 '자생적'이라기보다는 이민의 결과라는 것이 사실입니다. 구조적으로 두 사회는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해질수록 가족을 갖는 시기가 늦어집니다. 생물학적 가임 기간이 좁아질수록 출생아 수가 줄어듭니다. 동시에 오스트리아 국가는 한부모 가족의 필요를 해결하고, 일하는 부모에게 다양한 보육 시설을 제공하며, 법에 따라 동성 커플의 공동 부모와 동성 커플의 입양을 인정하는 등 적극적인 가족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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