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풍력 터빈 등 청정에너지 산업의 핵심 원료로 쓰이는 희토류 가격이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흑연, 코발트, 니켈과 함께 중국이 전략 광물 시장을 독점해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데이터 제공업체 아거스를 인용해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산화물 가격이 올해 3월 약 3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뒤 현재 t당 5만3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희토류의 일종인 NdPr 산화물 가격은 2022년 초 t당 18만달러에 가까운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그 이후 현재까지 63%가량 하락했다.
NdPr 산화물은 영구 자석의 필수 원료이며, 영구 자석은 전기차 구동 모터의 핵심 소재다. 청정에너지 전환으로 미국 등 주요국의 전략 광물로 급부상했다. 영국 희토류 채굴업체 레인보레어어스의 조지 베넷 최고경영자(CEO)는 “희토류는 전기차, 풍력 터빈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제품뿐 아니라 드론 등 전투기와 스마트폰에도 필요한 원료”라며 “에너지 안보에 필수”라고 강조했다.
현재 영구 자석 시장은 최대 공급국이자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지배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채굴되는 희토류의 70%가 중국에서 나온다. 처리 능력도 90%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
정부 자금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주요 광물 시장에서 물량 공세를 통해 가격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잃은 중국 외 기업들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서방국 주장이다. 최근 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BHP, 앨버말, 글렌코어 등 서방 채굴 기업들이 줄줄이 광산 문을 닫고 감산에 나섰다. 2022년 초 t당 8만달러를 웃돌던 코발트 가격 역시 현재 t당 2만7000달러대로 주저앉은 상태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쿼터제, 수출 제한 등 국가 정책을 통해 수십 년간 국제 광물 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서방국 사이에선 중국의 ‘광물 굴기’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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