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화장품이 대부분 액체였는데 최근에는 스틱형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는 붙이는 화장품 시장이 커질 겁니다. 회사가 붙이는 화장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권선 셀바이오휴먼텍 대표(사진)가 22일 경기 안양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셀바이오휴먼텍은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약 400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메디힐, 닥터자르트, JM솔루션 등 유력 마스크팩 브랜드에 제품용 시트를 납품한다. 이들 브랜드의 대표 제품은 모두 셀바이오휴먼텍의 시트를 쓴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에센스 흡수력, 밀착도, 착용감 등이 좋으면서도 단가가 낮아 '가성비 제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붙이는 화장품의 핵심 경쟁력은 시트 소재의 품질"이라며 "오래 붙이고 있어도 불편함이 없고 잘 떨어지지 않아야 사용 빈도를 높일 수 있고, 이는 피부 개선 효과로 직결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마스크팩은 바르는 화장품과는 다른 용도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피부 개선 효과가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점차 그 자리를 대체할 전망"이라며 "이런 시장의 변화가 회사 성장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셀바이오휴먼텍은 이 대표가 2015년 창업했고 지난해 4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회사다. 그는 건국대에서 섬유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17년간 일했다. 연구원 재직 당시 마스크팩 소재가 저가 중국산 또는 고가 일본산으로 양분된 것을 보고 "품질 좋으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만들면 통하겠다"고 생각해 창업했다. 시장이 제품 경쟁력을 바로 알아봐 창업 첫해 2억원이었던 매출이 이듬해에는 약 180억원으로 폭증했다.
붙이는 화장품은 회사의 장기 목표이고, 그 전에 딛고 올라갈 단기 목표도 세웠다. 그는 "셀룰로스(마스크팩 시트의 소재)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소비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며 "이를 위해 베트남에 공장을 지어 지난해 가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스펀지 물티슈 등 셀룰로스를 원료로 하는 일상 소비재를 만들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서 역량을 쌓은 뒤 향후 난도 높은 화장품 B2C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이드로콜로이드도 이 대표가 주목하는 회사의 신성장 동력 중 하나다. 이 소재는 창상피복재(메디폼 등 습윤밴드의 소재)를 비롯해 미백 패치, 리프팅 패치에 쓰인다. 시장조사기관 이그젝티튜드컨설턴시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드로콜로이드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6.1% 성장할 전망이다. 그는 "이 소재는 특히 북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으로 편중됐던 국내 화장품 수출액을 다른 나라로 다변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셀바이오휴먼텍은 지난달 26일 "향후 1년간 시장에서 자사주를 20억원어치 매입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난 2월 2만6300주를 사들이는 등 권 대표 개인 명의로 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에 불과해 향후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자사주 매입으로 그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