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르면 이번주 열릴 윤석열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이른바 민생회복지원금을 최우선 의제로 테이블에 올릴 전망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이 대표와 만나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고수해온 건전 재정 원칙과 여야 협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22일 회담 의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 조율회의를 연다.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문제를 핵심 의제로 제시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를 이번 회동에서 주로 얘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총선 공약으로 국민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여기에 필요한 13조원의 재원을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 16일 총선 패배 후 첫 국무회의에서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며 “우리의 미래에 비춰 보면 마약과도 같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야당의 25만원 전 국민 지급 같은 현금 살포식 포퓰리즘 공약을 맥없이 뒤따라가는 것은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일”이라고 했다. 유상범 의원도 “대통령께선 계속적인 현금 살포는 결국 나라를 쇠락의 길로 걷게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 대표의 의견을) 받아들일지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추경은 보통 경기 침체가 올 경우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민주당 요구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재정을 쓰더라도 일반적으로 쓰기보다 아껴서 진짜 어려운 계층에 쓰는 우선순위를 잘 가려 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사전 조율 회의 및 영수회담에서 강하게 요구할 경우 윤 대통령과 정부가 진퇴양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당과 협치하기 위해 영수회담을 먼저 제안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핵심 의제로 꼽고 있는 사안을 마냥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에서 크게 이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정부·여당이 받기 어려운 제안을 대거 내놓는 방식으로 윤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사전 조율 과정에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제안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뜻을 밝히면 이를 이유로 들어 만남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등도 회담 의제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국무총리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회동 일시는 오는 25일 등이 거론된다. 다만 사전 조율 작업에 시간이 걸리면 28일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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