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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이승원…한국 젊은 지휘자 또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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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이승원(새뮤얼 리·34)이 세계적 권위의 ‘니콜라이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윤한결(30)이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데 이어 올해도 한국의 젊은 지휘자가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2024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는 올해 우승자로 이승원을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말코 콩쿠르는 덴마크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덴마크 방송 교향악단)가 창단 지휘자인 니콜라이 말코를 기념하기 위해 1965년 마련한 경연 대회다. 3년마다 코펜하겐에서 열린다. 국제 클래식 음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회로 젊은 지휘자의 등용문으로 불린다.

말코 콩쿠르 심사위원장인 파비오 루이지는 “이승원은 음악을 환상적으로 프레이징할 수 있으며 콩쿠르 기간 오케스트라와 특별하게 소리를 조율했다”고 평가했다. 루이지는 2017년부터 덴마크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다. 심사위원 가운데 한 명인 첼리스트 리처드 크루그는 “이승원이 음악성과 진중함으로 오케스트라와 심사위원들을 압도했다”며 “음악가인 동시에 지휘자인 그의 폭넓은 경험은 지휘할 때 가장 아름답게 표현된다”고 호평했다.

이승원은 유럽 미국 아시아 등에서 비올리스트와 지휘자로 활동해왔다. 독일 함부르크음대에서 오케스트라 지휘 최고 연주자 과정을 마쳤으며 독일 라이프치히음악원 교수를 지냈다. 2018년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BMI 국제 지휘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2019년 대만 타이베이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국제 페스티벌과 아카데미 등을 통해 다니엘레 가티, 리카르도 무티 등 세계적 지휘 거장에게 배움의 기회를 얻기도 했다. 2022~2023년 시즌부터는 미국 주요 악단 중 하나인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를 맡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지휘했다. 이승원은 합창 4악장이 끝날 때까지 악보를 보지 않고 지휘를 마쳤다. 그의 ‘합창’은 뭉클한 위로와 새해 희망을 감동적으로 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말코 콩쿠르에 따르면 이승원은 1차 예선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하이든 교향곡 ‘라 파시오네’를 하프시코드 반주가 포함된 바로크 버전으로 연주하면서다. 과거의 음향 그대로를 재현해내는 방식으로 연주한 것이다. 이승원은 이에 대해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통할 거라고 믿었다”며 “심사위원들이 나의 아이디어를 이해해줘서 기뻤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오케스트라를 많이 지휘했지만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과 1주일 내내 함께한 것은 매우 특별했다”며 “음악가들과 소통하면서 포디엄에서 나의 손으로 음악을 빚어가는 것은 환상적인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원은 20개국에서 온 24명의 참가자와 경연을 펼쳤다.

말코 콩쿠르는 “이승원은 이미 클래식 음악계에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의 말코 국제 콩쿠르 우승이 그의 음악 경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승원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 2만유로(약 2940만원)의 상금과 세계 24개 악단의 무대에 오를 기회를 갖는다. 루이지로부터 3년간 개인 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

한국인으로 말코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휘자는 이승원이 처음이지만 1998년 재일동포 3세인 세이쿄 김도 우승컵을 들어올린 경험이 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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