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 시절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입법에 반발해 제기한 헌법소송에 쓴 변호사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해당 정보를 공개하는 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변호사 수임료 부분에 관한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소송비용도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A씨는 작년 3월 31일 법무부에 한 전 장관과 검사 6인이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권한쟁의심판 사건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그는 "재판에 사용한 경비 및 세부내역을 비롯해 선임한 변호인 명단과 소속 로펌, 개인정보를 지운 로펌계약서, 담당 공무원 명단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은 한 전 장관 등이 검수완박법에 대응해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22년 6월 헌재에 청구한 것이다. 헌재는 작년 3월 이 사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는 작년 4월 7일 A씨 청구에 대해 거부 결정을 내렸다. 해당 정보는 로펌의 영업상 비밀로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며, 담당 공무원 명단의 경우 범위가 불분명해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A씨는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걸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 수임료는 정부의 예산으로 지급되므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예산집행의 투명성 확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 공개돼야 한다"며 "비공개 대상 정보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적어도 변호사 수임료 부분 처분은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관련 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의 권한 침해를 주장하며 제기된 것으로 어느 사건보다도 더 공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이와 관련된 예산집행의 적정성을 확보하려는 공익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정부 기관은 공공 조달 방식을 통해 변호사 등과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수임료를 공개하고 있고, 피고도 홈페이지에 일부 소송사건에 대해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며 "피고가 수임료 정보를 공개해도 관련 심판을 대리한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수임료 정보에 관한 부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하고, 나머지 부분은 원고가 위법성을 실질적으로 다투지 않으므로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법무부는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접수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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