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잇따른 실적 전망 하향에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중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19일 오전 10시57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2300원(2.89%) 내린 7만7300원을 기록 중이다. SK하이닉스도 5.43% 떨어진 17만24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1~3%대 내렸으나 투심 불안에 하락폭이 더 커졌다.
이에 '10만 전자'(삼성전자 주가 10만원대)는 물론 '8만 전자'(삼성전자 주가 8만원대)도 다시 멀어지고 있다. 시총도 불과 일주일 만에 40조원이 날아갔다. 지난 12일 삼성전자 시총은 약 499조원이었으나 이날 현재 약 458조원을 기록 중이다.
SK하이닉스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을 위해 TSMC와 손을 잡는다고 이날 장중 밝혔으나 낙폭을 줄이진 못했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는 베이스 다이(Base Die)의 성능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베이스 다이는 GPU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TSCM가 반도체 전망을 하향 조정한 여파에 간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의 약세가 뚜렷했다"며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 종목군의 주가 약세가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슈퍼 을'로 불리는 ASML의 실적 부진에 이어 TSMC가 향후 실적을 어둡게 전망하면서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TSMC는 이날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향후 전망치는 낮춰 잡았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거시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어 소비자 심리와 최종 시장 수요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내년 메모리칩을 제외한 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10% 내려 잡았다.
이 같은 영향에 간밤 뉴욕증시에서 TSMC 주가는 4.9% 미끄러졌다.
TSMC가 하락하자 인텔(-1.76%), 마이크론(-3.78%)도 같이 내렸다. 반도체 모임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66% 하락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ASML도 올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7% 줄어든 53억유로라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40.5%나 급감한 12억유로를 기록했다.
특히 향후 매출로 이어질 순예약금액이 36억1000만유로에 그쳐 시장 예상치 51억유로에 크게 못 미쳤다. 주요 고객사인 TSMC와 삼성전자로의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