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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에 실적 악화…비상등 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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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의 비상경영 선언이다.”

삼성그룹의 ‘임원 주 6일제 시행’에 대한 산업계의 평가는 이렇다. 삼성이 비상경영에 들어간 건 그만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서 지난해 15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정도로 경영 실적이 악화했다. 외부 변수도 심상치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 확산하면서 경영의 핵심 변수인 환율·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선 삼성이 시작한 비상경영이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 억누르는 위기

삼성이 임원 주 6일제를 시행한 데는 삼성전자의 실적 영향이 크다. 2018년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58조8900억원)의 75.6%(44조5700억원)를 책임졌던 반도체(DS)부문은 지난해 15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 1분기 DS부문은 흑자 전환했지만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여전히 적자다.

경쟁사의 추격도 심상치 않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중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파운드리 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삼성을 제치고 2위에 오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대외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유가와 환율은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배럴당 86.31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지난 16일 기준 90.26달러로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400원을 찍었다. 환율과 유가의 급변동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고금리 장기화가 글로벌 경기에 주는 충격파는 지속되고 있다.
○전 산업으로 비상경영 확산
삼성 전 임원은 주말 근무를 통해 각자 맡고 있는 사업의 ‘위기 타개 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기존에 세운 사업 전략이 달라진 경영 환경에서도 유효한지 재점검하는 작업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선 삼성의 비상경영 선언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주력 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재계 2위 SK그룹은 수뇌부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토요일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20년 만에 부활시켰다. 또 SK그룹 최고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소속 임원은 매달 두 차례 금요일에 쉴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반납하기로 했다. 느슨해진 그룹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임원들이 나서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최창원 수펙스 의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업계는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국내 1위인 LG화학은 최근 근속 5년 이상 첨단소재사업본부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30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LG화학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2차전지 양극재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작년 9월 IT필름(편광판 및 편광판 소재) 사업 설비를 약 1조1000억원에 중국 기업에 매각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도 인력 재배치 작업 중이다. 플라스틱 원료인 페트(PET)를 제조하는 울산공장의 일부 직원을 다른 공장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중국 석유화학기업의 ‘증설 러시’에 PET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다.

황정수/김우섭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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