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e커머스(전자상거래) 아마존이 무료배송 혜택을 내세워 약 7조원 규모의 한국 직접구매(직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아마존은 일부 무료배송 대상 품목에 한해 49달러(약 6만7700원)어치 이상 구입하면 '무료 아마존글로벌 배송'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중국 해외 직구 플랫폼(C커머스)의 공습이 거센 상황에서 아마존의 참전으로 직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49달러 이상 무료배송"…아마존, 직구 허들 낮췄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배송주소를 한국으로 설정한 소비자가 '대한민국으로 무료 배송' 품목을 49달러 이상 주문 시 무료 배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무료배송 적합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총 주문금액이 49달러를 웃돌거나 49달러 이상 단일상품의 경우 무료배송이 적용되는 구조다. 무료배송 기준 원화 결제 금액은 당시 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상품 배송 기간은 상품별로 상이하다. 아마존 측은 "상품 배송 예상 시간은 결제 시 표시되며, 상품 재고 상황이나 배송지 위치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과거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추가 배송비를 지불하거나 배송대행지(배대지)를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방법을 택해야 해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컸지만 이번 조치로 진입장벽이 낮아진 셈이다.
다만 무료배송 대상 품목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일례로 아마존 대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정보기술(IT) 기기로 꼽히는 전자책 '킨들', 태블릿 '파이어' 등은 여전히 한국이 배송 가능 지역에 속하지 않았다. 다만 아마존의 자체브랜드(PB) '에센셜'(패션) 일부 상품 등은 무료배송 품목에 해당됐다.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앞서 11번가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49달러 이상 무료 배송 서비스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앞서 아마존은 SK텔레콤의 유료 멤버십 '우주패스'를 연결고리로 한 SK텔레콤-아마존-11번가 협력을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11번가는 2021년부터 아마존 상품을 일정금액 이상 구입 시 무료배송 혜택, 전용 상담센터 등을 내세워 SK텔레콤의 유료멤버십 '우주패스'와 연계해 해외 직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아마존의 49달러 이상 무료 배송 서비스에 대해 "11번가 (협업 해외 직구 서비스)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알테쉬 이어 아마존까지…7조 직구 시장 '격전'
세계 최대 e커머스 아마존의 시도로 약 7조원에 달하는 국내 해외 직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국내 해외직구 시장은 약 7조원 규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해외 직구액은 6조7567억원으로 전년보다 26.9% 증가했다. 특히 최근 두드러진 흐름은 지난해부터 광고모델 마동석과 초저가 상품의 '5일 무료배송'을 내세워 입지를 굳힌 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의 활약상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중국 직구 금액은 121.2% 급증한 3조2872억원에 달했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은 관련 조사가 이뤄진 후 처음으로 연간 직구 금액 1위 국가에 올랐다.
반면 지난해 미국 직구 금액은 7.3% 감소한 1조857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의 공세에 밀린 결과다. 아마존의 49달러 무료배송으로 이같은 흐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e커머스 기업 역시 직구 사업 경쟁 강도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e커머스 업계가 꾸준히 직구 서비스를 강화한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대표되는 C커머스의 공세가 이어졌고, 아마존까지 가세했기 때문.
국내 다수 e커머스 기업은 자체 유료멤버십 등과 연계해 직구에 대해 사실상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례로 e커머스 강자 쿠팡은 와우멤버십 서비스 혜택의 하나로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로켓직구'를 운영하고 있다. 직구 시장은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AK몰을 품은 싱가포르 e커머스 기업 큐텐이 정조준한 시장이기도 하다. 큐텐은 자회사들을 최근 인수한 북미 기반 플랫폼 위시와 연동해 직구 사업과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 구축'에 한층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선 아마존 무료배송 서비스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11번가가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같이 제한적인 상품에만 무료배송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1년부터 시작한 11번가의 아마존 직구에 대해 "실패"라고 평가하고 원인으로 상품 부족과 사전 고지 대비 지연된 배송, 불편한 CS(고객만족서비스)를 꼽았다. 유 연구원은 "아마존 직구의 초기 상품군은 의류, PC 부품, 자동차용품, 캠핑용품 등이 주를 이뤘다"며 "11번가는 아마존 PB 상품의 일부를 직매입해 제공하는 등 상품 품목을 늘리기 위해 시도 중이나 아마존은 오히려 PB 상품을 대폭 축소 중"이라고 지적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