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현장에 출입 관리용으로 설치한 안면인식기를 무단으로 철거한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간부들이 무더기로 고소당했다.
17일 HD현대중공업 하청지회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협의회는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 7명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발했다. 노조 측이 이달 들어 사내협력사 사무실, 조선소 작업 현장 등에 설치된 안전출입시스템(안면인식기) 80여 대를 무단으로 철거하자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들은 올해 2월부터 원청인 현대중공업의 지원을 받아 울산조선소 작업 현장에 안면인식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협력업체 근로자의 출퇴근과 보안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결근했으면서도 출근한 것처럼 꾸며 임금을 타 가거나 퇴직 근로자 출입증을 타인에게 대여하는 등 보안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중공업도 협력사에 인식기 설치를 권장했다.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약’을 통해 지난 2월부터 도입을 추진 중인 ‘에스크로 제도’를 확산하기 위해선 철저한 출입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스크로 제도는 원청이 특수 계좌에 인건비를 입금하고 하청업체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한 게 확인된 후 계좌에서 인건비 인출을 승인하는 일종의 임금체불 방지 장치다.
하지만 협력업체 노조들은 안면인식기가 근로자 감시·통제 수단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인식기 설치가 ‘인권 침해’라며 진정을 냈고 이달 들어선 인식기를 직접 철거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노조는 “인원 확인은 정문 집계, 식사 카드 확인, 일일 작업지시서 등 기존 방식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협력업체들은 개인정보 수집·이용 및 제3자 제공 동의서를 근로자들로부터 받아냈기 때문에 인식기 설치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협력사 관계자는 “신원이 확인된 7명의 간부를 우선 고소했고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추가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노조가 인식기 훼손 행위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인사 조치하겠다는 공문도 발송했다.
안면인식기 등 첨단 출입관리 시스템 도입 배경에는 수기식 근무 관리 등을 통한 출입 관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 현장 사무실을 운영하거나 사업장이 넓어 관리가 쉽지 않은 현장 등을 중심으로 출입 조작이 어려운 안면인식기 도입이 활발하다.
곽용희/이광식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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