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가 기관 투자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초대형 사모 리츠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동안 일부 상장 리츠를 제외하고 개인이 사모 리츠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개인이 재간접펀드(에쿼티) 투자를 통해 투자 기간, 수익률, 주주의 지위도 기관과 유사하게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과 핀테크 스타트업인 파이퍼블릭이 파트너십을 맺었다. ‘모바일 투자플랫폼 리얼바이(리얼바이)’를 활용한 리츠 투자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리얼바이는 파이퍼블릭이 개발한 리츠 정보제공 및 투자를 위한 모바일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 투자지표를 검토한 뒤 코람코자산신탁이 설립하는 리츠에 투자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소액 자금들이 모여 하나의 재간접 펀드가 되고 코람코가 설립하는 리츠에 자본(Equity)으로 투자되는 구조다.
카사, 소유 등 부동산 조각 투자와는 닮은 듯 다르다. 기존 부동산 조각 투자는 개인들의 자금을 모아 중소형 상업시설을 직접 매입한다. 주로 100억원 미만 꼬마빌딩이나 소형 리테일, 구분소유 빌딩의 일부 호실에 투자한다. 운용 주기도 짧다. 그로 인해 스몰캡(소형주 투자)보다 작은 마이크로 캡이라 불리기도 한다.
반면 리얼바이는 규모가 큰 오피스빌딩을 매입한 리츠에 기관과 비슷한 조건으로 투자하게 된다. 투자 기간과 수익률뿐 아니라 주주의 지위도 연기금, 공제회 등과 유사하게 적용받는다.
상장 리츠와도 차별화된다. 상장 리츠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만큼 부동산 가치가 아닌 주가 변동으로 인한 영향이 있다.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수수료도 있다. 파이퍼블릭도 수수료가 있지만 수익이 연간 5% 이상 나지 않으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향후 매각 시 투자수익도 기관과 동일하게 거둘 수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역삼동 ‘아크플레이스’를 약 7900억원에 매입했다. 매각가만 1조원이 넘는 '더 에셋 강남(옛 삼성물산 서초사옥)'도 매각한다. 향후 리얼바이의 개인 투자자들도 이 같은 규모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은 78조원에 달하는 국내 민간 리츠에서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다. 리츠와 부동산펀드를 통해 약 30조원 규모의 부동산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최근 코람코는 전략리서치 실을 새롭게 꾸렸으며 물류, 데이터센터 등 각 투자 섹터별 산업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부동산투자사로서의 근본을 강화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코람코는 지난 2001년 국내에 리츠를 처음 도입시킨 회사이자 2018년 이후 상장 리츠 대중화를 이끈 회사”라며 “다음 세대를 위한 안정적 투자처 제공도 우리의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바일 투자플랫폼은 코람코와 MZ세대 투자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바이를 개발한 파이퍼블릭은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대체투자 운용역을 거친 이호승 대표가 2020년 설립한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현재 한국성장금융이 출자한 핀테크 혁신펀드로부터 'Pre-A시리즈' 투자를 유치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에 모바일 투자플랫폼에 대한 혁신금융서비스 특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