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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일 등 서방국이 무역 갈등의 원인으로 지적해 온 중국의 과잉생산이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15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EIU는 중국 내 산업별 과잉생산의 정도를 특정해 1~4의 점수를 매겼다. 점수가 높을수록 과잉생산이 심하다는 의미다. 철강, 시멘트, 비금속 광물, 건설기계 등 제조업과 식품가공업은 ‘극심한’(severe) 과잉생산을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 분야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서 파생된 수요 위축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이밖에 자동차 제조업, 시멘트 원료 및 비금속 채굴업, 탄광업, 컴퓨터·전자기기업, 화학 섬유업, 주류업 등이 중간(medium) 정도의 과잉생산 단계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EIU는 “전자기기·소비재 부문에서 어느 정도 감지된 과잉생산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글로벌 소매판매 지표는 경기 순환적 관점에서 회복될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의 소매판매 지표는 전월 대비 0.7% 증가하며 시장 전망(0.3%)을 웃돌았다.
EIU는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는 최악의 상황을 이미 지났다고 판단한다”며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면서 생산능력도 점점 둔화하는 추세”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과잉생산 압력이 완화되고 있는 분야로 배터리·태양열 등 전자기기, 자동차, 제약 등을 꼽았다. 다만 “태양광, 배터리, 풍력 등 부문에선 초과 생산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수요가 실현되지 않고 있어 올해 전반적인 설비 가동률과 수익성은 팬데믹 이전보다 악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6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에서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면서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기업들은 공급을 대폭 늘린 상태다.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도 부양책에 힘쓰고 있지만, 중국 견제에 나선 주요국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수급 균형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EIU는 “무역 긴장은 과잉생산뿐 아니라 ‘전략산업’ 분야에서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데서도 기인한다”고 짚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은 중국의 과잉생산이 시장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이달 4~8일 방중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전 세계와 미국 산업계를 황폐화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뒤이어 14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공정하고 개방된 시장을 원한다”며 중국 업체들의 과잉생산과 덤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