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등 보안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동통신 3사가 양자암호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론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보안성을 자랑하는 기술로, 기존 암호기법을 뛰어넘는 안전성으로 주목받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최근 서울대와 함께 양자 통신 기술 개발에 나섰고, KT도 신한은행과 함께 하이브리드형 양자 보안망 성능 검증을 마쳤다.
SK텔레콤, 핵심기술 보유 7개 기업과 '퀀텀 얼라이언스 설립'
양자암호시스템은 양자 컴퓨터 개발로 가능해졌다. 양자 컴퓨터가 일반 컴퓨팅 기술로 암호를 해독하는 데 10억년이 걸리던 것을 단 100초 만에 해독이 가능한 수준으로, 수학적 난제를 기반으로 한 기존 정보보안 체계인 '공개키 암호 체계'(RSA)를 위협하고 있다.대안으로 떠오른 양자 암호시스템은 기존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에서만 주고받던 암호키가 복제되는 상황을 원천 차단한다. 일반 암호키의 경우 정해진 정보를 암호화해 송신하는 것과 달리, 양자암호 기술은 수신하는 순간 정보값이 결정되므로 송수신 과정에서 암호키 정보가 탈취될 경우에도 안전하다. 외부 침투 시 정보가 변하기 때문에 해킹 시도 여부도 곧장 파악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9일 서울대와 양자기술 분야 공동 연구개발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양자암호통신, 양자센싱, 양자컴퓨터 등 다양한 양자 분야 핵심 요소기술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에 나섰다.
SK텔레콤은 2011년 양자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뒤 관련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지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는 비전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퀀텀 AI 카메라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DC)기술 통신 보안을 위한 양자 키 분배(QKD) 적용 사례를 선보였다.
양자 분야 핵심 기술과 부품을 보유한 기업들과 함께 '퀀텀 얼라이언스'를 설립해 국내외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추진할 계획. 퀀텀 얼라이언스에는 에스오에스랩, 엑스게이트, 우리로, 케이씨에스, 노키아, IDQ코리아 등이 포함됐다.
KT ,암호통신 송수신 10km 확장…서울대와 '백서' 발간한 LGU+
KT는 최근 금융 시스템에 하이브리드형 양자 보안망을 임시 구축하고 성능 검증까지 마쳤다. KT의 하이브리드형 양자 보안망은 QKD와 양자 내성 암호(PQC)를 결합한 형태다. 보안망에는 미국 연방정부가 개발 후 공식 발표한 정보기술 표준인 '미국 연방 정보 처리 표준(FIPS)'에서 선정된 양자 내성 공개 키 암호 알고리즘 초안을 활용했다.KT는 중소기업 등 다수 기관과 협력해 2021년부터 무선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을 시작해 올해는 무선 양자암호통신 데이터 송수신 구간을 기존 2km에서 10km까지 확장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2022년 한강 동작대교 1km 구간에서 무선 양자 신호를 전송하는가 하면 제주대에서 300m 구간의 무선 양자암호통신 인프라를 시범 구축했고, 지난해에는 가평 청평호에서 구간 한계를 2km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4일 서울대 연구팀과 함께 '미래 양자통신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는 양자 정보기술을 크게 양자통신·양자컴퓨팅·양자센싱으로 분류하고 특히 양자통신의 기술 동향과 발전 방향을 세부적으로 소개한다.
LG유플러스는 2021년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구축 사업을 통해 양자 보안 체계를 업그레이드하고 공연과 엔터테인먼트 분야 응용서비스에 확대 적용했다. 2022년 4월엔 통신사 중 처음으로 양자컴퓨터의 해킹 위협에 대응이 가능한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서비스를 출시, 공공기관과 민간 이용자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발간한 '양자정보기술백서'에 따르면 양자암호통신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2년 이후 연평균 39.8% 증가해 2030년에는 24조5793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대한민국 양자 과학기술 전략'을 통해 2035년까지 총 3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자컴퓨터가 당장 도입돼 상용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각 업체들이 미리 대비해 양자 암호통신 우위를 점하려 하는 상황"이라며 "급변하는 기술 발전 속에서 이통사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