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이 지난달에만 35조원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적 세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대출로 2010년 후 가장 큰 규모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정부가 한은에서 빌린 돈은 35조2000억원에 달했다. 관련 통계를 전산화한 2010년 후 역대 최대 월별 대출액이다.
지난 1~3월 누적 대출액은 45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정부는 12조6000억원을 갚았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상환 의무가 남아있는 금액은 32조5000억원이다. 2010년 후 가장 많은 1분기 대출 잔액이다. 작년 1분기(31조원)에 비해선 1조5000억원 많다. 해당 금액은 올해 갚으면 된다.
누적 대출에 따른 이자는 63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정부로부터 해당 이자를 2분기에 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세금이 걷히는 시점과 사용하는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은의 일시대출 제도를 활용한다. 이는 개인이 신용한도 대출인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놓고 수시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양 의원은 “정부의 곳간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급할 때 예외적으로 사용해야 할 한은 대출을 정부가 자주, 많이 끌어다 쓰고 있다”며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세원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일시적 세수 부족에 따른 대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통상 1분기는 세입보다 세출이 많은 시기라는 것이다. 예컨대 3대 세목 중 하나인 법인세는 신고 기간이 3월까지지만 국고로 잡히는 것은 4월이라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출 한도 내에서 운용하고 있어 무리가 없다”며 “개인이 마이너스 통장을 열고 급할 때 자금을 융통한 뒤 갚는 것처럼 국가도 똑같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예산 집행이 집중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기재부는 지난 1월 복지·일자리·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을 중심으로 올 상반기 역대 최대 비중(65% 이상)의 재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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