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일본 도쿄 우에노공원의 국립서양미술관에서는 폴 고갱, 클로드 모네 등의 명화 160여 점이 약 3개월간 전시됐다. 10월엔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 중심의 걸작 140여 점으로 ‘입체파 혁명’ 전시가 이어졌다. 국립신미술관의 ‘루브르 박물관-사랑을 그리다’와 ‘테이트 미술관-빛, 터너’ 등도 큰 관심을 모았다. 국내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오로지 전시 관람 목적으로 도쿄행 비행기를 탔다.
서울에선 이런 블록버스터급 전시회가 1년에 한 번 열릴까 말까다. 지구촌 걸작들이 어째서 도쿄에는 가고 서울엔 못 오는가. 답은 ‘돈’에 있다. 국보급 명작이 한 점만 해외로 나오려고 해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든다. 임차료와 운송료, 보험료 등으로 어지간한 전시회는 30억~100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국공립 문화예술 전시 기관은 쓸 돈이 없다. ‘문화복지’를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연간 수백억원씩 지원받지만 자체 수익 기반이 없어 만성적 자금 부족에 시달린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은 전부 무료 관람이고, 서울시립미술관은 모든 전시를 무료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쿄는 다르다. 관람료가 성인 기준 2100~2300엔(약 1만8900~2만7100원) 선이다. 일본인 작가 전시도 1800엔 입장료를 고수한다.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60주년 특별기획 ‘세계 도시는 문화전쟁 중’으로 문화강국의 길을 모색하며 가장 먼저 짚어본 문제는 국내 미술관과 박물관의 기형적 재정 구조다.
김보라/안시욱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