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관련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강원도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주도처럼 강원특별법에 ‘육상·해상 풍력자원을 공공기금화한다’는 내용을 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지만 강원도는 22대 국회에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북도 역시 지난해 말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은 전북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부터 이익공유제를 시행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 이익 공유를 강제하는 사례가 확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공공사업화해 주민 수용성을 높인다는 명분이지만 ‘봉이 김선달’식 발상에 기초한 기업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익공유제 우후죽순 확산
광역지자체뿐만 아니다. 신재생발전사업이 밀집한 전남 신안군은 이미 지자체 단위에서 조례를 제정해 태양광사업자 이익의 30%가량을 ‘햇빛연금’으로 징수 중이다. 감사원이 “법률이 위임하지 않은 근거 없는 조례로 민간기업 이익을 침해한다”고 지적하며 개정·폐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유야무야 마무리됐다. 지난해 말 누적 100억원을 햇빛연금으로 거둔 신안군은 풍력발전으로 이익 공유 범위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대로면 SK E&S,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CIP) 등 신안에서 풍력사업을 추진 중인 국내외 기업들도 이익 공유 대상이 된다.충남 태안군 등 재생에너지 사업이 많은 기초 지자체에서도 법적 근거는 없지만 “신안군에서 하고 있는 제도를 우리는 왜 못하느냐”는 지역 여론이 늘고 있다. 이번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신안군 제도를 본떠 지역 주민에게 햇빛·바람·바이오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추가해 이익공유제 확산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규모 투자 제약 우려
하지만 국내 주력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이 기존 태양광·육상풍력에서 해상풍력으로 대형화하는 상황이어서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갈등은 한층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발전사업허가를 받고 건설 중인 20㎿ 이상 신재생에너지 사업 2만2545㎿ 중 해상풍력은 1만6660㎿(73.9%)에 달한다. 태양광은 1358㎿(6.0%), 육상풍력은 4527㎿(20.1%)다. 해상풍력만 1.4GW 원전 12기에 달하는 규모다. 발전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액은 천문학적으로 증가한다. 큰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자한 기업들의 이익공유제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해상풍력 인허가를 둘러싼 지자체 간 다툼도 생겨나고 있다. 투자 규모가 18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추자도 해상풍력사업이 대표적이다. 추자도는 행정구역상 제주특별자치도에 속하지만 물리적으로는 전라남도에 더 가깝다. 제주도는 이미 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추자도 사업에서 나오는 전력은 전남 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전력계통 부담 없이 향후 대규모 이익 공유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추자도에서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등 외국계 기업들도 주요 개발사로 참여하고 있어 향후 이익 공유를 둘러싼 통상 마찰까지 우려된다.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는 결국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익공유제 때문에 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가 위축되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이 뛰고 REC를 의무 구매해야 하는 발전사업자 비용이 늘어나서다. 이 비용은 한국전력에서 국민이 내는 전기요금 내 기후환경요금으로 징수해 보전해준다. 헌법학회장을 지낸 김형성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제3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바람과 햇빛을 공권력이 통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며 “기업 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황정환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