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면 일할 마음이 나겠나”
창업주인 구자관 회장(사진)은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과 역량을 다해 거래처를 확장하는 직원이 내 월급을 주는 사람들”이라며 “진심으로 이들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팔순의 그는 현관 안내원이나 미화원을 마주치면 90도로 깍듯이 허리를 숙인다.구 회장은 임직원의 업무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채용한 인력인 만큼 전적으로 역량을 신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가끔 조언할 때가 있지만 간섭하거나 잔소리한 적은 없다”며 “업무를 맡겨 놓고 의심하면 누가 일할 마음이 들겠느냐”고 했다. 구 회장이 공식 직위를 ‘책임대표사원’으로 자칭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하고 자신은 결과에 책임만 지겠다는 것이다.
삼구아이앤씨의 지난해 매출(연결기준)은 2조3015억원. 고객사는 711개 기업에 이른다. 2009년 매출(1500억원)과 비교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SK, 신세계, 대한항공 등과는 수십 년째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사업 부문은 시설 관리, 물류, 생산, F&B(식음료) 등 크게 네 가지다. 최근 공들이는 분야는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첨단 생산설비를 관리하는 기술 인력이다. 국내 경쟁사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2019년부터 베트남, 폴란드, 헝가리 등에 있는 192개 생산설비에 약 8000명의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입지전적 인물로 꼽히는 구 회장의 첫발은 초라할 정도로 미약했다. 14세 때부터 구두닦이, ‘아이스케키’ 장사로 가족의 생계를 돕던 그가 청소업에 뛰어든 건 군을 제대한 후부터다. 양철통과 걸레를 들고 서울 광화문 일대의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화장실 청소를 했다. 청년 구자관은 음식점을 드나들던 샐러리맨의 입소문을 타고 당시 막 들어선 빌딩 화장실 청소를 도맡았다. 청소용 왁스, 약품 등을 제조하는 화학공장도 세웠다.
비로소 먹고살 만해졌다고 느꼈을 무렵 불운이 그를 덮쳤다. 공장이 화재로 전소되고 온몸의 3분의 1이 3도 화상을 입었다. 끔찍한 고통 속에 몇 달간 치료를 이어갔다. 사업이 중단된 채 병원비까지 쌓여 빚더미에 올라섰다.
M&A로 몸집 키워
하루하루 사투 속에서 방황하던 그에게 동아줄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국풍81’이라는 대규모 행사와 다양한 전시회가 열리면서 청소용역 입찰 공고가 잇따랐다. 구 회장은 덤핑 입찰로 ‘우주과학박람회’를 따냈다. 이판사판 사업이나 연명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당시 음료수 용기로 등장한 알루미늄 캔이 뜻밖의 소득원이 됐다. 내버리기 바빴던 깡통을 10원씩 쳐주겠다는 업자가 나타나면서다.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구 회장은 점차 경비, 시설관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잇따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키웠다. 2015년 미국 뉴저지와 델라웨어에 물류센터(고배송)를 설립해 배송대행업에도 진출했다.
삼구아이앤씨는 오는 19일 충북 단양에 연수원(삼구인화원)을 연다. 임직원의 교육연수와 휴양을 위한 공간이다. 구 회장은 “사옥은 없지만 직원의 복지가 급하다는 생각에 연수원부터 마련했다”며 “구성원을 독려해 일류 기업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기업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사진=이솔 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