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급증한 전선 수요로 구리 제련 회사인 풍산과 LS MnM 등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전선업계 역시 구리 가격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돼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기동은 이날 t당 9240.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월평균 가격인 t당 8310.7달러에 비해 11.1%(929.8달러) 올랐다. 6개월 전인 작년 10월 평균 가격(t당 7939.7달러)과 비교하면 16.3% 상승했다. 전기동은 구리 광석을 전기분해해 순도를 높인 것이다.
구리 가격 급등은 수요는 늘었는데 구리 공급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구리는 전선 같은 전력 인프라스트럭처에 많이 쓰인다. 최근 AI 열풍 속에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구리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구축엔 ㎿당 구리 약 27t이 쓰인다. 전력망을 새로 까는 수요도 늘었다. 대한전선은 미국에서 1100억원 규모의 노후 전력망 교체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LS전선 역시 1300억원 규모의 대만 펑미아오 해상풍력 사업의 해저케이블 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공급 측면에선 파나마, 페루 등 대규모 광산이 폐쇄해 공급이 줄었다. 전 세계 정제 구리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 제련소는 수익성 하락을 이유로 공동 생산량 감축에 합의한 상황이다.
구리 가격 상승은 이제 시작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구리 가격이 연말에 t당 1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2000년 초 이후 20년 만의 첫 구리 강세장”이라고 분석했다. 구리 제련 사업을 하는 풍산 주가는 두 달 전인 2월 13일 대비 58.5% 올랐다.
전선 업체들도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전선업계의 경우 대부분 수주 시 구리 가격 상승에 따라 판매 가격 연동이 가능한 ‘에스컬레이터’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원자재값이 올라도 제품 가격에 반영돼 오히려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다. 보유하고 있는 구리 자산 평가액이 늘어나는 것도 호재다. 원자재 시장 대장 금속인 구리가 오르자 납과 금, 은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김우섭/김형규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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