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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게임 체인저' 항노화 기술, 한국이 뒤처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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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노화 연구 기업이요? 그런 곳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없습니다. 아직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분야거든요.”

최근 연재를 마친 기획시리즈 ‘120세 시대가 온다’ 취재를 위해 만난 국내 벤처캐피털 관계자의 말이다. 길어야 4년, 5년 뒤 엑시트를 염두에 두고 투자하는 국내 벤처캐피털의 현실에서 기술 상용화를 기약하기 어려운 기술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국내 투자업계의 항노화 기술에 대한 관심도는 ‘제로(0)’에 가까웠다.

미국의 연구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뉴욕과 보스턴 등에서 만난 의과대학 교수, 정부기관 관계자들은 항노화 연구가 그저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결같이 ‘120세 시대’는 꿈이 아니라고 했다. 80대에도 안경 없이 밤에 운전하고, 10시간씩 비행기를 타면서 세계 여행을 다니는 일이 ‘모퉁이만 돌면(just around the corner)’ 가능하다고 했다. 연구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는 매년 5조원이 넘는 돈을 노화 기초연구 등에 투자한다.

물론 미국과 한국을 단일선상에서 숫자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없지 않다. 정부 예산도,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도 다르다. 하지만 바이오 연구개발(R&D) 분위기도 달랐다. 기초과학 연구를 중시하고,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R&D에도 돈이 몰린다는 점이었다. 기술 선점이 시장 선점이라는 선순환 구조에 대한 인식이 학계와 산업계는 물론 투자업계에도 뿌리내리고 있어서다. 이런 풍토 덕분에 실패를 낙인찍지도 않는다. 보스턴에서 만난 항노화 신약 개발자는 “일론 머스크도 수많은 로켓을 허공에 날린 끝에 스페이스X를 탄생시켰다”며 “로켓 하나 쏘아 올릴 때마다 ‘실패’에 연연했다면 과연 가능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이 항노화 연구에서 앞설 기회가 있었다. 생체시계를 되돌리는 핵심 기술인 줄기세포 연구에서 한때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 ‘황우석 사태’가 터지면서 온갖 규제가 생겨났고 결국 줄기세포 연구는 크게 위축됐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차원의 노화연구소 설립을 계획했다가 무산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항노화 시장의 잠재력은 결코 작지 않다. “살아있는 모든 사람이 대상인 산업에 뛰어들지 않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는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의 지적이 아니라도 말이다. 항노화 연구는 지금이라도 우리가 미래 먹거리로 삼을 만한 분야다. 이러려면 장기적인 안목을 갖춘 바이오 R&D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 투자업계가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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