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출구조사에서 적통(嫡統)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의 예상 의석 수가 100석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보수정당 역사 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거뒀던 103석보다 적은 의석 수를 얻을 경우 국민의힘은 당분간 혼란을 겪고 현 정부의 국정동력에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10일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공동으로 22대 총선 출구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의힘의 의석 수는 KBS 87~105석, MBC 85~99석, SBS 85~100석으로 예측됐다. 집권여당의 의석 수가 100석을 밑도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것이다. 출구조사가 실제 결과로 이어진다면 보수정당 역사 상 최악의 참패 기록을 갱신하게 되는 셈이다.
국민의힘(2000년 당시 한나라당)은 야당이었던 2000년 총선에서 집권여당 새천년민주당(115석)보다 많은 133석을 얻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졌던 2004년 총선에서도 121석으로 선방했다. 2008년과 2012년 총선에서는 각각 153석과 152석으로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2016년 총선 때는 122석을 얻었는데 이 숫자도 당시엔 '최악의 패배'라고 평가받았다. 원내 1당의 자리를 한 석 차이로 민주당에 내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을 거쳐 미래통합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정권심판'을 외치며 2020년 총선을 맞이했다. 하지만 결과는 적통 보수정당 사상 역대 최악의 참패였던 103석이었다. 2020년 당시엔 야당이었지만 이번 총선에선 국민의힘이 여당인 상황인데 만약 100석 미만의 의석을 얻는다면 한국 보수정당의 당세는 크게 꺾일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 결과가 보수 진영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합리적 보수로의 쇄신론이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대로 패배한다면 다음 대권도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22대 국회에서 혁신해서 제대로 된 정책대결을 벌이지 않으면 보수진영 입장에선 재기의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