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단순 생산·조립 등 ‘허드렛일’을 맡았던 중국의 무역 전략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공습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정연승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부회장은 한국유통학회장, 한국마케팅관리학회장을 지낸 유통업계 전문가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국 e커머스 대응회의를 열었을 때 발제자로 나서는 등 중국 플랫폼의 공습에 대해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중국 e커머스가 한국에 공을 들이는 건 중국의 중장기적 무역 전략에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명품·가전 등 고부가가치 시장이 큰 한국에서 중국 플랫폼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전세계 무역 시장에서 ‘하이엔드’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다”며 “알리가 최근 단순 공산품에서 신선식품·가전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했다.
문제는 한국 유통 생태계가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은 일본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아마존이 일본 시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지금의 ‘알리-CJ대한통운’처럼 야마다운수라는 현지 물류업체와 손을 잡았지만, 소비자층이 두터워지면서 물류·협력업체까지 모두 장악했다”며 “e커머스는 판매자, 소비자, 핀테크까지 결합돼있기 때문에 알리·테무에 안방을 내주면 자칫 일본처럼 생태계를 통째로 외국에 넘겨주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부회장은 이를 막기 위해 “국내 토종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해 알리·테무와 동등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무관세 철폐’ 등은 중국으로부터 무역 보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라며 “그 대신 국내 e커머스의 투자와 발전을 가로막는 ‘플랫폼법’ 등 규제를 없애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