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제공하는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점차 ‘미국의 적’들에게 유용한 군사 지원 수단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군과 수단 반군 등이 접속 단말기를 구해 전장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온라인 소매 플랫폼에서 스타링크 단말기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상들은 중앙아시아, 두바이 또는 동남아시아의 암시장, 미국 등에서 스타링크 단말기를 구입한 뒤 러시아로 밀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가 개발한 민간용 인터넷 통신 위성 체계다. 수천 대 이상의 상업용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띄워 인터넷을 연결한다. 스타링크는 웹 사이트를 통해 사용자가 단말기 키트를 받으면 몇 분 안에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스페이스X가 띄운 위성은 약 5700개며 공식 가입자는 약 270만 명이다.
러시아군은 정식 가입자가 아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지난 2월 “스타링크 단말기가 러시아에서 사용 인증을 받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공급되지도 않아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스타링크를 활용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전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HUR)은 최근 “러시아가 전쟁에 사용할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단말기를 포함한 통신 수단을 아랍 국가에서 구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및 아랍에미리트에서 스타링크 단말기를 거래하는 그림자 공급망이 존재한다”며 “수천 개의 피자 상자 크기 단말기가 일부 미국의 적과 전범 혐의자들의 손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수단 반군인 신속지원군(RSF)도 스타링크를 활용해 정부군과의 내전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링크를 활용해 지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병력도 모집하고 있다. 중개상들은 수단으로 스타링크 단말기를 보내기 전에 기기를 활성화하고, 한 달에 약 65달러에 아프리카 전역 로밍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 측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