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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다니던 직장 그만뒀어요"…워킹맘의 '파격 행보' [이일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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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까지 그의 타이틀은 'N잡러 워킹맘'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활동은 '문과 출신 AI 강사'로 통한다.

만 11년 동안 열정을 불태웠던 기자직을 그만두고 IT기업으로 '이직'한 김연지 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어렵고 낯선 AI 인공지능을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전한다. 개발자가 아닌 문과의 언어로 친숙하게 소개하는 김씨는 지난해 AI를 활용해 이미지를 구현하는 '진짜 하루 만에 끝내는 AI 활용법'을 발간한 데 이어 올해 AI 툴을 이용한 글쓰기, 이미지와 음악 생성 등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AI 활용법을 콘셉트로 한 저서를 준비 중이다.

휴일도 없고, 퇴근도 불규칙한 기자일을 하면서도 피트니스 대회에 참가해 2등을 거머쥐고, 올해의 기자상을 수상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던 김씨는 '갓생'을 사는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1만4000명이 넘는 팔로우를 모았다. 동시에 7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기자 김연지'를 운영하며 지난해 주한미국대사관 초청 인플루언서 교류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트 위드 어스(CreateWithUS)'에 유튜브 채널 위라클, 박막례 할머니, 원샷한솔, 김똘똘, 원샷한솔, 드로우앤드류, 북한댁 사랑방, Q-ration 등과 함께 선발되기도 했다.

이 모든 활동의 시작이 "IT와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호기심이었다"고 밝힌 김씨에게 AI에 빠져드는 과정을 들어봤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문과 출신 'IT바라기'라, 기자를 하다가 IT회사로 가게 된 김연지입니다. 만 11년 동안 기자로 일하다 현재는 IT회사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는 보도자료를 쓰거나 기획자료, 사내 콘텐츠 등을 제작하고요. 회사 밖에서는 유튜버도 하고, 책도 쓰고, 강연도 합니다. 책 내용은 대부분 AI 관련된 것들입니다.

▲ AI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8년 전 쯤, 바둑 세계 챔피언인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을 IT 담당 기자로 직접 취재를 하러 갔어요. 그때 'AI가 무섭다'는 감정을 처음 느낀 거 같아요. 그래서 저만의 무기, 콘텐츠를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시작한 게 유튜브였어요. IT를 출입할 땐 스마트폰 리뷰도 하고, 현장도 가서 담을 것들이 많았는데 이후 기자를 그만두고, 아이도 낳으면서 콘텐츠 제작에 공백이 생겼어요. 일과 별개로 뭔가를 더 한다는 것도 힘들었고요. 그러다가 챗GPT가 나와서 난리가 났다길래 써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계속 공부해보고 싶어졌어요. AI에 대한 정보와 툴이 쏟아지고 있는데,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구현하기보다는 어떻게 더 잘 쓰는지,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공부하고 소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 AI에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제가 못하는 걸 구현해준다는 게 가장 큰 거 같아요. 제가 그림을 잘 못 그리거든요.(웃음) 그런데 제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이미지를 실현해주고, 제 업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요. 가령 챗GPT를 이용해서 서두나 목차를 짜 달라고 하면, 일하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죠. 물론 챗GPT가 한 걸 곧이곧대로 쓰진 못해요. 제 생각을 더 하고, 다듬고 하는 시간은 있죠. 그런데도 브레인스토밍하는 과정이 줄어드니까, 다른 팀원들과 일하는 느낌 같아요. 저의 경우 보도자료도 작성하니까, 제목도 뽑아보라고 하고, 유튜브를 할 땐 썸네일도 뽑아보라고 하죠. 그중에 제가 선택해서 다듬으면 작업 시간이 많이 줄어들죠.

▲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저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해요. 아이가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몇세 아이인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은가'라는 것도 질문해요.(웃음) 저 혼자 끙끙 앓고,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검색하며, 검색페이지를 넘기는 것과 다르게 인공지능 툴을 이용하면 생산성 측면에서 놀라울 정도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 AI 툴이 제공하는 답변의 정확한지, 양질의 정보인지에 대한 논의가 요즘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을 손쉽게 거르는 팁이 있을까요?

저의 경우 기자 경력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챗GPT는 틀린 내용을 그럴듯하게 말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반드시 출처를 확인해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챗봇 빙챗(BingChat)은 출처를 같이 표기를 해줘서 활용하는 편이에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강연이나, 발표를 위한 자료를 수집할 땐 반드시 체크해요. 기사를 쓸 때 팩트 체크를 하듯 하는 거죠. 또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선 정확하게 질문하는 게 중요해요. 얻고 싶은 결과물의 이유와 배경을 질문에 함께 녹여내면 보다 양질의 대답을 얻을 수 있죠.

▲ 최근에 AI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는 거 같아요. 공부를 하거나, 강연을 하면서 그런 부분들이 체감되나요?

확실히 요즘은 더 세밀해졌습니다. 강연 대상들도 마케터나 시니어, 이런 식으로 더 명확하게 나뉘고 있고요. 다만 'AI로 돈을 버는 법'이나, 무작정 '이거 하면 얼마 벌어요?' 이런 질문들을 받을 땐 안타깝습니다. 릴스나 숏츠만 봐도 '조회수 터지는 법' 이런 제목의 영상들이 넘쳐나는데, 나만의 알맹이, 콘텐츠가 있고 AI는 이 수고를 덜어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그걸 도구로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AI를 쓰면 돈을 번다' 이렇게 여기면 문제가 생기는 거 같아요. 자신이 뭘 하려는 지를 알고, 그에 맞춰 써야 합니다.

▲ 나만의 콘텐츠를 쌓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정답은 없지만, 저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해요. 독서 모임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보니 제가 자기개발서만 읽고 있더라고요. 이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편독을 하면 매몰되는 거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소설을 읽는 모임에 들어갔고, 기록으로 남기고, 줌으로 만나 의견도 나눠요. 주변을 보면서 저도 조바심이 날 때가 있어요. 뭐가 조회수가 대박이 났다고 하면 '나도 이런 걸 해볼걸'하고 휩쓸리기도 하고, 광고도 다 소화하면 지금 제 연봉보다 많이 벌 수 있겠다 싶을 때도 있었죠. 그런데 만약 제가 이걸 하면 '구독자들이 이걸 원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연지라는 이름의 브랜딩보다는 스토리텔링에 더욱 집중하며 저의 서사를 어떻게 풀지 계속 고민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어요.

▲ 주한미국대사관 초청 인플루언서 교류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트 위드 어스(CreateWithUS)'에 유명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선발될 정도인데, 수익 활동은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일단 제가 시간이 없는 게 가장 큽니다.(웃음) 수익을 내려면 광고를 해야 하고, 광고를 약속된 시간 안에 제작해서 바로바로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할 자신이 없고요. 그리고 너무 민망하더라고요. 제가 뭔가를 추천한다는 게. 그래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덕분에 강연 초청을 많이 받아서, 강연은 많이 하고 있습니다.

▲ '꿈꾸는 엄마의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을 쓸 만큼 '갓생'의 아이콘이기도 한데, 이 모든 일을 어떻게 다 해낼까 싶기도 해요.

모든 사람이 다 바쁘고 시간이 없어요. 스티븐 잡스도 매일매일 시간의 여유를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 드라마를 보는 시간, 잠을 자는 시간을 조금씩 줄였어요. 스마트폰 설정에 들어가면 제가 하루에 어떤 앱에서 얼마만큼의 시간을 소비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당장 제가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지속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는 게 중요해요. 너무 과하게 열심히 하면, 보상심리 때문에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 성과가 안 나면 쉽게 포기를 해요. 유튜브 한다고 꽂혀서 장비까지 다 사 놓고, 생각보다 조회수가 안 나오면 '아, 안되네' 하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어요. 꾸준히 3개월 정도만 투자해 보세요. 그러면 자신만의 방법을 찾게 되더라고요.

▲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걸 알지만, 실천이 힘든데요.

일상 안에 끼워 넣으면 됩니다. 매일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이를 닦듯 삶의 루틴에 목표했던 걸 끼워 넣는 거죠. 그러다 보면 이걸 안 하면 찜찜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힘들어지는 거죠. 길게 하지 않아도 돼요. 10분만 해 보고, 그 기쁨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그게 조금씩 쌓이다 보면 나의 기록이 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인식이 돼요. 메타인지라고 하죠. 시간은 그 이후에 늘려도 돼요. 김연아 선수도 운동할 때 무슨 생각 하냐고 하면 '아무 생각 없다'고 하잖아요. 저희가 시간이 돼 출근하고, 학교 갈 때 아무 생각 없이 가야 하니 가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하면 되는 걸로 만드는 거예요.

▲ 계속 관심사를 확대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채워가는 느낌입니다. 요즘 범위를 넓히고 있는 관심사는 어떤 걸까요?

저만의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IT회사에 있다 보니 서비스를 구현하는 방식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AI를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코딩 없이도 앱을 만드는 방법들도 알게 됐고요. 그래서 요즘은 개발 관련 책도 보고 있어요. '비전공자들을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 같은 책들이요. 코딩 수업도 듣고요. 물론 어렵더라고요.(웃음) 제가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들이 쏟아질 땐 한계도 느끼고, '어릴 때 공부 좀 더 해둘걸', '개발자들 정말 대단하다' 이런 생각도 해요. 그런데 제가 이 일을 하려면 알아야 하잖아요. 처음 유튜브를 시작할 때 편집자의 도움을 받았는데, 제가 편집을 할 줄 모르니 수정 요청할 때 설명도 제대로 못 하더라고요. ''무한도전' 느낌으로 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밖에 말을 못 해요. 그때 느꼈어요. 함께 일하려면 그 세계의 언어 정도는 알아야겠다고요. 지금 너무 어렵긴 하지만, 이렇게 계속 듣다 보면 '언젠가는 알겠지'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 최종 목표가 궁금해졌어요.

저의 마지막 모습은 글 쓰는 사람이에요. 글을 쓰는 게 너무 좋아요. 처음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것도, 글을 쓰는 게 좋아서, 24시간 중에 딱 2시간만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목표의 습관화'가 어렵지 않았어요. 지금도 AI 소설을 사부작사부작 쓰고 있어요. AI시대에서 도구화된 인간들이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벌어지는 갈등이 중심축이 되는 이야기에요. 저의 마지막 글쓰기 역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종류는 상관없어요. 누군가의 자서전이 될 수도 있고, 수필일 수도 있고, 인터뷰가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좋은 사람을 만나 얘길 나누면 좋은 책을 읽은 느낌이 들어요. 그런 정보를 함께 나누면 너무 좋잖아요. 좋고 훌륭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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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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