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이 8일 대표 메뉴 와퍼를 40년 만에 ‘판매 종료’한다고 공지한 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오는 14일까지만 와퍼를 판매한다는 소식에 상당수 소비자가 아쉬워했지만, 실제로는 단종이 아닌 제품 리뉴얼을 염두에 둔 ‘노이즈 마케팅’으로 추정돼 역풍이 부는 모양새다.
와퍼 가격 올리더니 '노이즈 마케팅'까지
버거킹은 이날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굵은 글씨체의 ‘40년 만에 와퍼 판매를 종료합니다’ 문구 공지를 올려 “4월14일 와퍼 판매를 종료한다. 그동안 버거킹 와퍼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남은 한 주 동안 마지막 와퍼를 만나보세요”라고 안내했다.갑작스러운 판매 종료 공지에 소비자들은 혼선을 겪었다. 온라인상에선 “더 이상 와퍼를 못 먹는다니 아쉽다. 판매가 끝나기 전에 먹으러 가야겠다”는 다짐부터 “진짜 단종되는 것 맞나. 만우절(4월1일)도 1주일 지났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라는 의구심 섞인 반문까지 다양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와퍼 판매 종료 관련 문의가 빗발치자 버거킹은 다시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와퍼의 판매를 종료하는 것은 맞다. 와퍼 40주년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에 기대 부탁드린다”는 안내글을 추가했다. 완전 단종이 아닌 리뉴얼을 시사한 대목. 다만 버거킹 본사는 와퍼 판매 종료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버거킹은 2022년 1월과 7월, 지난해 3월까지 세 차례 가격을 인상해 와퍼 단품이 6100원에서 7100원으로 올랐다. 일각에선 와퍼 리뉴얼 마케팅을 계기로 신제품 출시와 함께 가격까지 올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버거킹 창업자 메시지와는 '정반대 행보'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창업자가 과거 버거킹이 위기를 겪은 요인으로 꼽은 실패 사례와 흡사하다. 제임스 맥라모어 버거킹 공동창업자는 자서전 ‘버거킹: 빅사이즈 햄버거의 기적’에서 “경영진이 매출과 고객 감소세를 차단하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방안은 신메뉴 출시와 가격을 계속 올리는 것이었다”면서 “두 가지 모두 전략적 관점에서 굉장히 잘못된 방법이었다.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로 나타났다”고 꼬집었다.“결국, 와퍼가 버거킹을 구원해줄 것이다.” 가맹점주들 앞에서 버거킹의 정책과 운영 문제를 직격한 맥라모어 창업자의 메시지는 간명했다. 그는 “와퍼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가 될 것”이라며 관건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와퍼를 고객을 끌어들이는 미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대표 상품을 특별 할인가에 판매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와퍼 판매 종료’ 마케팅과 정반대 지점을 가리키는 조언인 셈이다.
실제 소비자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현지 버거킹 매장에서 와퍼를 즐겨 먹었다는 40대 대학 교수는 “와퍼가 없다면 굳이 버거킹을 갈 필요 있겠나 싶다”고 했다. 한 30대 직장인 또한 “기발한 마케팅을 노린 듯한데 ‘이게 뭐야’ 생각부터 드는 낚시(기만행위) 같다”고 평했다.
전문가 역시 ‘자충수 마케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버거킹은 오래된 이미지를 바꿔보려 시도했을 수 있지만 이런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라면서 “과거 펩시의 추격에 코카콜라가 ‘뉴코크’를 내놨다가 소비자 반발에 부딪쳐 원래 제품으로 회귀한 대표적 사례가 있지 않느냐”라고 짚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