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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기후위기 대응"…유럽 은행들 분노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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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럽의 민간 은행들이 당국을 향해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유럽 은행들은 “유럽에서만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 우리보다 덩치가 훨씬 커진 미국의 월가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 시중은행으로 구성된 유럽은행연합은 유럽중앙은행(ECB)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정을 계속 강화하면 유럽 은행과 미국 은행 간 경쟁력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CB는 기후위기 등 은행들의 ESG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보고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재무적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ECB는 은행들이 탄소 배출량 규제, 원자재 비용 급등 등 기후위기로 인한 고객사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하려면 대손충당금으로 해당 손실을 미리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ECB 연구에서 유럽 은행의 기업 대출금액 중 4분의 3가량이 환경 관련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관련 규정이 정식으로 도입되면 유럽 은행들은 ESG 요소를 위험조정자본에 반영하고, 더 많은 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ECB는 향후 ESG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은행에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은 오는 18일까지 유럽은행감독청에 ESG 관련 리스크 규제안에 관한 피드백을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유럽 은행들은 미국 은행과의 역차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유럽은행연맹의 지속가능금융 수석정책고문인 데니사 에버마에테는 “ECB의 조치가 유럽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계량화하기 어려운 신종 위험에 대비해 재정적 준비금을 따로 적립하면 추후 이중으로 계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립 리처드 런던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수석 은행 애널리스트는 “유럽 은행들의 주가는 미국 은행에 비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일부 규제 리스크가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JP모간과 모건스탠리 시가총액은 각각 장부상 자산 가치의 1.9배, 1.7배 수준이다. 반면 유럽 BNP파리바와 도이체방크는 각각 0.7배, 0.5배에 불과하다. 유럽 은행들은 “ECB의 기후위기 관련 규제가 월권행위”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ESG 반발 여론으로 기후위기에 관한 각종 규칙이 백지화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원안보다 후퇴한 기후위기 관련 공시 규칙을 의결한 게 대표적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후위기는 전 세계적인 은행 규제안에서 제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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