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벤처·스타트업 업계 청년 대표·임직원과의 간담회에서 “금융 등 여러 지원을 확실하게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스타트업의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우리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이라며 빈틈없는 지원을 다짐한 것이다.
산업이 성숙기에 들어가는 선진 경제에선 스타트업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 1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이 모두 벤처투자로 성장한 스타트업 출신이라는 데서 잘 드러난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삼성, 현대자동차 같은 전통 대기업에 의존하며 잠재성장력을 까먹고 있다.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중 한국 비중은 5년 새 2.2%→1.2%로 반토막 났다.
이유는 명확하다. 창의를 지원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아이디어가 거래되는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한 탓이다. 작년 12월 벤처투자촉진법을 개정해 벤처펀드의 투자목적회사(SPC) 설립을 허용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이런 정도로는 어림없다. 인수위 때 약속한 대로 신산업·신기술 분야의 경우 제한·금지 사항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국(510개)에 이어 유니콘 기업 보유 2위국으로 부상한 중국(167개)의 성공 비결도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다.
‘투자 보릿고개’ 돌파를 위한 정책 드라이브도 시급하다.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의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액은 1년 전보다 42% 급감했다. 대기업에 대한 해묵은 투자 규제 탓이다. 한때 ‘스타트업 불모지’로 불린 일본이 모험자본을 급성장시켜 한국 기업을 대거 유치 중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오픈AI가 아시아 거점으로 일본을 선택한 배경도 혁신 생태계 조성에 국가적 역량을 쏟은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 관련 규제의 종합적인 재검토도 필수다. 스타트업이 요구하는 노동 유연성 결여와 최고경영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해외 자본·인재의 한국행을 막는 주요 요인이다. 스타트업 육성은 마이너스 성장을 걱정하는 처지의 한국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미래 성장을 위한 물꼬 트기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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