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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개최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페르난디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영토 확장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다. 중국이 '레드 라인'을 넘어서면 미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고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 내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필리핀, 일본과의 3개국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행보에 대해 경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난사군도)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필리핀이 맺은 상호방위조약이 남중국해에 있는 시에라마드레 함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에라 마드레 함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주변 암초에 좌초된 미국 폐군함이다. 필리핀 정부는 이 폐군함을 시멘트로 고착시킨 뒤 필리핀해군 수비대를 배치했다. 중국이 인근 암초에 군 기지를 구축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중국이 필리핀 영토를 침범할 경우 미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현한 셈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언급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보이는 행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FT에 따르면 백악관은 공식·비공식 채널을 모두 이용해 중국 당국에 "전술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심각한 후폭풍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독일 마셜 재단의 보니 글레이저는 “중국이 필리핀 선박이나 군대를 직접 공격한다면 미국은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미·중 간 중대한 정치적 위기가 뒤따를 것이고 최악의 경우엔 군사적 갈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앞서 지난 7일 사상 최초로 필리핀·일본·호주와 함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서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의 도발에 대비해 우방국과 대응 전략을 짰다는 평가다.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주의를 경계하는 건 이 지역이 미국에도 지정학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데니스 와일더는 중국이 시에라마드레 함을 제거하고 자국 군사시설을 건설하고 싶어 한다며 “필리핀과 보다 더 가까운 기지는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유권을 확고히 하고 대만해협 분쟁 시 필리핀 영토에서 활동하는 미군에 대항할 전투 작전을 위한 (중국의) 전진 기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