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규 수주 1조원 정조준
사용후 핵연료 보관용기 시장 진출
수소연료전지 사업도 미래 먹거리”
리딩투자證 “올 영업익 228억 전망”
일각 “부채비율 높고 전환사채 물량 부담”
“올해 신규 수주 1조원 목표로 전력 질주하겠습니다.”
13일 비에이치아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힘 있는 목소리로 올해 경영 전략을 밝혔다. 이 회사는 1998년 6월 12일 설립된 글로벌 발전기자재(기계, 기구, 자재) 전문업체로 보일러·배열회수보일러(HRSG·Heat Recovery Steam Generator) 등 주기기 및 보조기기(BOP·Balance of Plant)를 설계 및 제작하는 업체다.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고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한 친환경 고효율 발전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배열회수보일러 세계 1위 … “올해 신규 수주 목표 1조”
국토 균형 발전에 기여한다는 경영 이념으로 경남 함안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한국전력을 포함한 발전자회사 및 발전사업자, 국내외 EPC(설계·구매·시공) 건설사, 포스코 같은 제철업체가 주요 고객사다. 복합화력발전 설비인 HRSG 부문에서는 2014년, 2021년 세계 1위 계약 실적을 달성해 눈길을 끌었다. 2020년 말에는 미국 아멕포스터휠러의 HRSG 제작 기술을 인수해 원천기술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국내 복합화력발전 기술의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신한울 원자력 3, 4호기 발전소의 입찰에서 신규로 보조기기를 수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침체됐던 HRSG 시장이 제2의 호황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철소용 폐열회수 열교환기인 Recuperator를 제작 및 공급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성능 개선에 힘쓴다. 제철설비 분야에서는 포스코의 파트너사로서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순수 제철설비와 폐열 보일러 및 각종 폐열 회수 시스템을 설계부터 제작·공급하고 있다.
2005년 포스코 우수공급업체로 선정됐고, 같은 해 12월 2일 코스닥 상장했다. 2006년, 2009년 도시바 최우수 공급사로 뽑혔고, 2010년 ‘한국형 히든챔피언’에 선정됐다. 2014년 미국·일본 HRSG 시장에 진출했고 당시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필리핀 CFB 보일러를 수주했다.
올해 신규 수주 목표액은 1조원이다. 비에이치아이 관계자는 “지난해 개선된 실적 흐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며 “중장기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한해로 삼으려 공격적으로 사업 목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까지 35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고, 올해 예정된 입찰(HRSG: 국내, 일본, 중동 등/BOP: 신한울 3, 4호기 보조설비 등)에서도 수주 가능성이 높아 최소 8000억원의 낭보를 기대하고 있다.
“탄소저감·소형원전·수소 사업이 새 먹거리”
새 먹거리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단기적으로는 탄소저감 기술 활용 사업에 속도를 낸다. 비에이치아이 관계자는 “무탄소 전원으로 가는 과도기인 현재, 기존 발전설비에서의 탄소저감 기술이 우선적으로 요구되고 있다”며 “발전소에서 기존 연료 대신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암모니아 혼소’ 기술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이어 “암모니아 혼소 시 기존 설비를 활용하면서도 탄소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보일러 원천기술사로서 국내 발전사들과 암모니아 혼소 사업을 개발 및 추진 중에 있어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적으로는 원자력 사업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을 경험한 나라들이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건설비용 5조~10조원, 공사기간 4~5년 걸리는 대형 원전보다 소형원전(SMR)이 인기를 얻고 있어서 기술적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또 “국내 사용후 핵연료 보관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사용후 핵연료 보관용기(CASK) 시장은 경쟁사가 몇 없어 존재감을 드러내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장기적으로는 수소 사업에 힘을 준다. 그는 “탄소 중립을 위해 수소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며 “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설비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수소 생산 설비를 건설하기 위한 EPC 사업도 함께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최초의 수소 생산 실증 사업인 ‘안산 수전해 수소 생산 실증 시스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생산뿐만 아니라 수소 활용을 위한 수소혼소 복합화력,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사업에 힘주겠다”고 강조했다.
3년 만에 영업익 33% 뛰어 … 올해 228억 전망
4년간 실적은 양호하다. 2020년 매출 2434억원, 영업이익 113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3674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각각 50.94%, 33.63% 뛰었다. 매출의 40%가 화력발전 보일러에서 나오고, HRSG 30%, BOP 3.4%, 기타 26.6%다. 2021년엔 영업손실 306억원을 기록했는데, 인건비와 원자재 상승 직격탄을 맞아서다. 플랜트 업종 특성상 계약 시 원자재 가격 변경, 환율 변경, 물가 및 인건비 변경에 대한 모든 것을 계약자가 흡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매출 4152억원, 영업이익 228억원을 전망했다. 유 연구원은 “신한울 3, 4호기의 발주가 가시화되고 있고, 관련 수주금액은 1500억원을 예상한다”고 했다. 또 “제11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에서 추가적인 신규 원전 건설 가능성이 높은 것도 긍정적이다”고 분석했다.
총 주식 수는 3094만4375주로 최대주주는 우종인 대표 외 6인이 지분 47.15%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4.51%로 유통 물량은 약 45%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138억원, 부동산 자산 1921억원이다. 시가총액(2534억원)과 맞먹는다. 부채비율은 477%로 높은 편인데, 이에 대해 사측은 “수주산업 특성상 수주가 증가하며 산업이 개선되는 초기 시점에는 매입 채무 및 단기차입금이 증가한다”며 “계약대금(선수금)도 부채로 인식돼서 그렇다”는 설명이다. 또 “업황 부진에도 고급 엔지니어를 계속 유지했고, 최근 계약한 프로젝트들의 경우 수금 조선이 양호해 부채비율은 계속 개선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주가는 연초 대비 1.11% 올랐다.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달 14일 연중 고점인 1만940원까지 올랐지만 차익 매물이 쏟아지며 내림세다.
전환사채 물량은 부담 … 국가 정책적 변화에 영향 받기도
주가 부양책이 있을까. 회사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업황 악화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을 할 수 없었지만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질 경우 주주환원책을 시행할 의사가 충분하다”고 답했다. 비에이치아이는 현금배당을 2006~2008년, 2010~2014년 실시했고, 2006년(1주당 신주 2주 배정)과 2015년(1주당 신주 1.0189274주) 무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단, 발전소 건설의 경우 장기간의 건설 기일과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만큼 세계 경기와 각 국가의 정책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또 전환사채에서 주식으로 상당수 물량이 전환됐지만, 아직 세븐브릿지-아이비케이씨그린에너지신기술투자조합의 물량이 144만4375주 남아있어 주가 상승 시 물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발전용 기자재를 설계·제작·설치·시공하는 비에이치아이는 주요 고객사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하고 있다”며 “정부 주도 혁신형 SMR 개발사업단에 참여하고 있으며 글로벌 원전 수요 증가로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높은 부채비율은 투자자에게 부담이다”며 “현재 전환사채 발행 물량이 전환가액을 넘어서면서 일부 전환청구 되고 있는 건 주가 상승 시 제약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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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