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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불방 논란에…"이럴거면 기호제 폐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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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이틀 앞둔 8일 지상파 방송이 특정 정당 기호를 연상케한다는 논란이 점화된 가운데 선거에서 기호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행 정당의석수에 따른 기호 배정 제도는 거대 정당간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기호 순번제’는 초두효과 때문에 투표용지 가장 위에 있거나 맨 왼쪽에 배치돼 있는 후보나 정당이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교육감 선거처럼 무작위로 돌리는 ‘교호 순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투표를 앞두고 기호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MBC 예능 프로그램 불방 때문이다. MBC는 지난 7일 방송 예정이었던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영을 조국혁신당이 연상될 수 있다며 총선 이후로 미뤘다.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기호 9번을 배정 받았다. MBC 관계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당 방송 결방에는 ‘총선을 앞두고 괜한 트집이 잡힐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MBC의 ‘미세먼지 1’ 보도 등에 법정 제재를 의결한 점 등이 ‘사전검열’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방위는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1이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파란색 ‘1’ 그래픽 이미지를 띄운 MBC 뉴스데스크 2월27일 방송분에 ‘관계자 징계’ 제재를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기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제3지대 등에서는 숫자 기호를 없애면 이번 복면가왕 논란 같은 사례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기호 대신 입후보자 순환 배정으로 투표용지를 배정하는 사례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2년에 발간한 ‘투표용지 양식의 불평등성 논란과 쟁점’에 따르면 미국 알래스카, 아칸소 등 12개주에서 이같은 방식을 쓰고 있다. 영국도 기호 대신 등록한 후보자의 성을 기준으로 알파벳 순서로 이름을 나열한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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