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세종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62세 최모씨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서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 안내 자원봉사자가 투표장 곳곳에 있었지만 최씨는 안내받지 않고도 익숙하게 관내 투표 안내 문구를 따라 이동했다. 신분증 확인 절차 등을 거쳐 투표까지 걸린 시간은 5분 남짓이었다.
이날 사전투표율이 역대 총선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을 놓고 여야가 엇갈린 해석을 하고 있다. 야당은 높은 사전투표율은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여당은 이 같은 인식을 불식시키는 데 집중했다.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사전투표에 참여해 ‘숨은 보수’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애썼다.
○역대 총선 최고 사전투표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전국 사전투표율은 15.61%로 집계됐다. 2020년 21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 기록한 투표율 12.14%를 3.47%포인트 웃도는 수치다. 지역별로는 대구(12.26%)의 투표율이 가장 낮았고 전남(23.67%)이 가장 높았다. 서울은 15.83%였다.
여권은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모두 사전투표를 마쳤다. 254개 지역구 후보도 모두 사전투표를 하도록 했다. 유권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서울 여의도동에서 사전투표를 하며 “한 표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도 지지층의 사전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사전투표로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증명해달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 목표를 31.3%로 잡고 있다.
○“보수층도 사전투표 참여 늘 것”
그동안 정치권에선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선거 결과가 진보 진영에 유리할 것이란 해석이 일반적이었다. 유권자 성향이 보수에 가까울수록 사전투표 참여 의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보수 성향 유권자의 사전투표 참여 의향은 32%였다. 전체 평균인 39%를 밑돌았다.반면 진보층은 응답자의 50%가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중도층은 39%였다. 연령대별로는 30대(48%), 50대(45%)의 사전투표 참여 의향이 높았고, 70세 이상(23%)과 18~29세(36%)는 저조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전투표율이 높은 선거에서 보수 후보가 당선되는 등 양상이 달라 단순히 사전투표율로 선거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36.93%)을 기록한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게 대표적이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그간 보수 지지층은 부정선거 우려 때문에 사전투표를 꺼렸지만, 지금은 집권 여당이 보수 진영인 데다 수개표 등 여러 보안장치를 마련해 고령층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