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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은 대기업이 스타트업 키우는데…한국은 규제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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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시아에서 ‘스타트업 천국’으로 뜨는 곳은 일본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39%가 일본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3)다. 이런 배경에는 기업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세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중심으로 한 모험자본의 급성장이 있다. 지난해 4분기 투자 건수 기준 글로벌 CVC 상위 10개사의 절반을 일본 기업이 차지했다. CVC를 통해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투자와 사업 노하우를 전수받고, 기업은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선순환이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재벌 특혜’라는 시대착오적 규제에 발목 잡힌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CVC의 스타트업 투자액은 2022년 1조1948억원에서 지난해 6963억원으로 41.7%나 줄어 ‘벤처 보릿고개’를 초래했다. 국내에서도 2021년 12월 일반지주회사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CVC 설립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직 까다로운 진입 기준과 출자·투자 비율 제한에 발이 묶여 있다. 외부 자금 비율을 최대 40%로 제한하고, 해외 투자가 펀드 조성액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해 실질적인 벤처투자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CVC가 대기업의 편법적 경영권 강화나 승계, 총수 일가 사익편취 경로로 이용될 것이란 낡은 정치 프레임 탓이다. 심지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CVC 활성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야당 의원을 ‘반개혁 입법’ 의원으로 낙인찍어 공천 배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니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CVC 비중은 22% 정도로 미국(49%)과 일본(45%)보다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CVC가 결성한 펀드의 외부 자금 출자 한도를 50%로 상향하고, 해외 투자 한도는 30%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법안도 발의돼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한동안 불모지로 여겨졌던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의 급성장을 언제까지 부러운 눈으로 보고만 있어야 하나.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번 21대 국회가 책임감을 갖고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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