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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잡으려다 아이유 팬 '눈물'…500만원까지 뛴 티켓 어쩌나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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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공연계가 암표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부정 거래를 목격하면 신고하는 '암행어사' 제도까지 도입하며 암표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팬이 피해를 입으면서 불똥이 아티스트에게까지 튀는 상황이다.

최근 아이유 공식 팬클럽에 가입된 A씨가 억울하게 티켓 부정 거래로 의심받아 공연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A씨는 본인의 계정으로 티켓을 예매했고, 그의 친구가 해당 티켓에 대한 금액을 대신 입금했다. 암표 거래가 아니었으나 의심받게 된 건 A씨가 X(구 트위터)에 올린 글 때문이었다. 그는 "친구 아이유 콘서트 용병해 줬는데 좋은 자리 잡아서 뿌듯"이라는 글과 함께 공연 일시와 구역, 좌석 번호가 표시된 이미지를 공개했다.

해당 게시글을 본 이들이 A씨를 신고하면서 A씨는 멜론 티켓으로부터 부정 거래가 의심된다는 메일을 받았다. '용병'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티켓팅을 도와준다는 의미를 넘어 '대리 티켓팅' 의심으로 분류되는 키워드라는 게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의 설명이었다.

결국 A씨는 부정 거래가 아니라는 걸 소명하기 위해 신분증과 티켓 입금 내역, 공식 팬클럽 카드, 티켓팅을 도와준 친구와의 대화 내용 등 여러 자료를 보내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공연 당일 현장 스태프로부터 추가 본인 확인을 요청받았고, 그 자리에서 공인인증서 등으로 응했으나 결국 입장이 불가했으며 팬클럽 영구 제명까지 당했다. A씨는 한국소비자원에 구제 신청을 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암표 잡으려다 팬 잡는다"라며 촘촘한 티켓 예매 과정과 본인 확인 절차를 지적하고 있다. 정당한 방법으로 예매하는 팬들까지 각종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여러 장의 티켓을 얻어 되팔이하는 걸 막기 위해 예매를 1인 1매로 제한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온라인 예매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아 대리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5060층 관객 위주의 공연은 임영웅 1인 2매, 나훈아 1인 4매 등으로 범위가 다소 여유로운 반면 아이돌 콘서트의 경우 1인 1매가 고착화되어 있다.

아이유 콘서트에 자녀를 혼자 보내게 된 부모가 "1인 1석 예매인지라 부득이하게 아이를 혼자 보내게 됐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담아 옆좌석 사람에게 전달할 손 편지를 아이에게 들려 보낸 일도 화제가 됐던 바다.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게 업계의 현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민원정보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암표 관련 민원은 총 549건으로 꾸준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후 공연 수요가 폭발하면서 암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과 2021년 각각 43건, 41건이었던 암표 관련 민원은 2022년과 2023년 136건, 192건으로 폭증했다.

지난해 임영웅 콘서트 암표 가격은 500만원까지 치솟았고,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나훈아 콘서트 티켓은 가장 비싼 좌석의 가격이 16만5000원이지만 정가의 2배가량인 3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예매한 티켓을 되팔이하는 경우부터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대적으로 불법 거래를 일삼는 업자들까지 중간에서 부당 이득을 취하는 '실체 없는' 검은 손이 수많은 팬을 향하고 있다.

팬심은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양새다. 아이돌 팬덤은 물론 트로트의 인기와 함께 중장년층 관객이 증가하면서 이른바 '티켓팅에 실패한 불효자'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을 들락거리게 되는 실정이다.

나훈아 콘서트 티켓팅에 실패했다는 직장인 B씨는 "부모님이 너무 가고 싶어 해서 어떻게든 공연을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취소 표 예매까지 전부 실패했다. 이번이 은퇴 공연이라고 하니 웃돈을 더 붙여서라도 티켓을 구해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어머니가 임영웅의 팬이라는 C씨 역시 "친구들끼리 모이면 '효도하기 어렵다'는 말을 한다. 작년에 티켓팅에 실패했는데 만족도가 높다는 후기를 보고 이번에는 꼭 보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손이 빠른 친구에게 부탁하고, 그래도 안 되면 암표라도 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팬심을 등에 업은 암표 시장은 처벌 기준이 오프라인으로 한정돼 있다는 허점을 이용해 몇 년 새 몸집을 더 부풀렸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공연 입장권과 관람권 등을 구매한 후 웃돈을 받고 재판매하는 부정 판매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공연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인지 입증하는 게 쉽지 않고,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부정 거래는 결국 일일이 모니터링해 잡아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따른다. 실제로 공연법 개정 이후에도 나훈아 콘서트 암표가 무더기로 재판매되고 있다.

개별 거래를 잡아내는 건 또 다시 오롯이 아티스트와 기획사의 몫이 되고 그 방법에 따라 이번 아이유 사례처럼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팬, 아티스트, 기획사와 공연 업계까지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면서 "기획사 측에서는 갈수록 치밀해지는 암표 거래에 예외를 두기 어려우니 유연한 대처가 어려워지고, 그 과정에서 팬들은 복잡한 절차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암행어사' 제도도 기획사가 팬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건데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암표 근절 노력마저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공연 관계자는 "암표를 줄이려고 만든 시스템 때문에 불편함이 따르긴 하지만 방지턱이 없으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는 공연마다 정한 기준을 예매 페이지에 공지하고 이에 따라 움직이는 수준이라 한계가 분명하다.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한 환경에 걸맞은 실효성 있는 법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생각을 밝혔다.

본질적으로 예매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예매 오픈 시간에 맞춰 일제히 티켓팅을 시도해 자리를 선점하는 이른바 '선착순 문화'가 암표 시장을 더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추첨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업계와 다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방탄소년단·세븐틴 등이 소속된 가요 기획사 하이브가 추첨제를 도입한 바 있으나 좌석을 지정해 예매할 수 없어 추첨 이후 시야 등과 관련해 팬들의 불만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일단 권익위는 추첨제 적용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민성심 권익위 권익개선정책국장은 "암표로 인한 입장권 가격 상승은 실수요자인 일반 국민의 관람 기회를 박탈하고, 장기적으로 문화체육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업계와 충분히 논의해 암표 판매 행위를 금지할 수 있는 합리적 개선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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