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가 날아오르고 있다. 방산 부문의 호실적이 예상되면서다. 한화정밀기계 등 비주력 사업을 인적 분할해 떼어낸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주가는 불을 뿜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성장세가 뚜렷한 만큼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올해 초 12만4500원에서 22만8000원으로 83.13% 급등했다. 연초 6조3034억원이던 시가총액은 11조5436억원으로 불어났다. 코스피 시총 순위도 57위에서 32위로 끌어올렸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눈에 띄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35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719억원, 1617억원 순매도했다.
주가가 오르자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지난 2일 한 커뮤니티엔 '한화에어로 수익률 420% 인증'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약 3700만원을 투자해 1억5569만원의 평가이익을 냈다. 수익률은 419.55%에 달했다.
800주를 한꺼번에 사들였다고 가정하면 매입 당시 평균 매수 단가는 4만원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마지막으로 4만원대에 머물렀던 시점이 2022년 7월인 점을 감안하면 작성자는 그 이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매입한 장기 투자자로 추정된다.
높은 수익률을 낸 배경엔 호실적이 있다. 천무 다연장로켓,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등 대규모 수출 계약에 기반해 수주잔고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2021년 35조7000억원이던 수주잔고는 작년 64조3000억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작년 연간 영업이익은 7047억원으로 1년 사이 76%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32.7% 늘어난 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영업익 추정치로 9125억원을 제시했다. 작년 대비 29.5% 높은 수치다. 이 증권사 위경재 연구원은 "올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을 각각 60대, 30대 이상 인도할 것"이라며 "수출입은행법이 개정되며 폴란드 잔여 물량 계약 및 루마니아에 K9 자주포를 신규 수출할 확률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폴란드와 방산계약에 걸림돌로 지목된 정책금융은 지난달 29일 법정자본금을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인적분할 이슈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 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적분할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하루 만에 15%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력 사업인 방위·항공 분야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인적분할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회사로 있는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분리하고 방위·항공 분야를 맡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존속하는 식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위·항공 산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일각에선 '인수·합병(M&A)할 땐 언제고, 왜 떼어내냐'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어 이번 인적분할은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이런 인적분할은 환영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지난 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중 해명공시를 통해 "주주가치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당사가 영위하는 사업 특성을 고려한 인적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적분할은 아직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향후 인적분할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올랐지만, 더 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나 연구원은 "과거 한국항공우주가 이라크에 T-50 전투기를 수출했을 때,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 이상 오르며 시장의 호평을 받았던 적이 있다"며 "현재 한국 방산업의 수출 모멘텀(상승 동력)은 그때보다 강하기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방산주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PER은 현재 18배 수준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