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던데…” 서울 동대문 두타몰 5층 에스컬레이터 앞. 한 가게를 둘러싸고 주변 상인들이 모여 커튼 너머를 기웃기웃댔다.
매장 입구에 마련된 출입 제한 안내판에 ‘만 19세 미만 출입 불가’ 글씨가 도드라졌다. 이곳에는 지난달 16일 문을 연 성인용품 브랜드 텐가의 팝업스토어 '텐가숍 두타'가 있다. 팝업이지만 오는 9월13일까지 6개월간 운영한다.
성인용품점이 팝업 위치로 도심의 대형 쇼핑몰을 택한 이유가 있다. 최근 성인용품 전문점은 폐쇄적이던 성 인식이 개방적으로 바뀌면서 젊은층과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 상가 1층이나 쇼핑몰에 입점하곤 한다. 텐가도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매장을 열고 남녀 수요를 각각 끌어올 수 있는 제품을 팔겠다는 전략이다.
텐가가 내놓은 80여 종의 제품 대부분이 알록달록한 원색에 인테리어 용품 같은 디자인이라 겉모습만 보면 성인용품을 떠올리기 쉽지 않을 정도다. 로봇 피규어 등 성인용 장난감이나 전등 같은 인테리어 용품, 일본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컬래버레이션(협업) 의류 제품도 있다. 여성용 브랜드 '이로하(iroha)'의 셀프케어 용품도 판다.
팝업에서는 이 제품을 구경하고 간접 체험해볼 수도 있다. 텐가 관계자는 “성인용품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기획했다”며 “국내 성인용품 시장에서 여성 소비자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만큼 여성용 제품도 전면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텐가는 모던한 디자인을 앞세워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성인용품 브랜드다. 2005년 일본에서 처음 출시된 뒤 1년간 제품 100만개가 판매됐으며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서 누적 1억개 이상 팔렸다. 지금까지 출시한 제품 수는 100종류 이상이다. 현재 73개국에 진출해 전 세계 매출 100억엔(약 888억원)을 돌파했다. 한국 시장에선 6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텐가는 한국 성인용품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에 주목했다. 지난해 연매출 상승률은 20%에 육박했으며 올해는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리카 아다치 해외 마케팅부 아시아권 부장(총괄)은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성과 관련해선 보수적인 편이라는 인식이 있다”면서도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가치관이 달라 오히려 일본의 젊은 세대보다 개방적 인식을 지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의 젊은층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텐가코리아가 최근 국내 20대 남녀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용품 사용과 관련해 ‘선물을 받으면 사용해 보고 싶다’는 답변이 50.9%, ‘꼭 사용해 보고 싶다’가 17.8%를 나타냈다. 10명 중 약 7명(68.7%)이 성인용품 사용에 긍정적인 응답을 보였다는 것이 텐가 측 분석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